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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불법을만나고/卍-법문의도량

지식보다 지혜를

by 회심사 2017. 7. 29.

    《장자(莊子)》외편 천도(天道)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군주인 환공(桓公)이 방안에서 열심히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때 수레를 만드는 목수(輪扁)가 뜰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다가 망치와 끌을 놓고 일어나더니 환공에게 와서 물었습니다. "좀 여쭈어보겠습니다. 왕께서 지금 읽고 계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환공이 대답하기를, "성인의 말씀이다." "그러면 그 성인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오래 전에 죽었지." "그렇다면 왕께서 읽으시는 것은 옛사람이 남긴 찌꺼기이군요." 그러자 환공이 화가 나서, "한낱 수레 만드는 목수인 주제에 네가 무엇을 안다고 함부로 나불거리느냐. 네가 지금 한 말에 대해서 이치에 맞는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우리라." 그러자 목수가 말했습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제 일에서 터득한 경험으로 미루어 말한 것입니다. 수레바퀴를 깎을 때 너무 깎으면 헐거워서 쉽게 빠져 버립니다. 또 덜 깎으면 조여서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더 깎지도 덜 깎지도 않게 아주 정밀하게 손을 놀려야 합니다. 그래야 바퀴가 제대로 맞아 제가 원하는 대로 일이 끝납니다. 그러나 그 기술은 손으로 익혀 마음으로 짐작할 뿐 말로는 어떻게 다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 요령을 심지어 제 자식에게도 가르쳐 주지 못하고 있으며, 자식 놈 역시 저한테서 배우지 못하고 있는 처지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나이 일흔이 넘도록 제 손으로 수레바퀴를 깎고 있어야 합니다. 옛날의 성인들도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분명하게 깨달은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고스란히 전하지 못한 채 죽어갔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왕께서 지금 읽으시는 그 글이 그들이 뒤에 남기고 간 찌꺼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우리 불가(佛家)에서 흔히들 쓰는 말로 이심전심(以心傳心)말이 있습니다. 마음으로써 마음을 전해 준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마음을 전해 줄려고 해도 그것을 받을 그릇이 없다면 그것은 부질없는 것이겠지요. 그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는 저 '환공'의 지식보다는 수레를 깎는 목수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부처님께서 가섭존자께 세 곳에서 마음을 전해 주셨다고 하는데 이것을 삼처전심(三處傳心)이라고 합니다. 삼처전심은 다자탑전분반좌(多子塔前分半座)· 영산회상거염화(靈山會上擧拈花)· 이련하반곽시쌍부(泥連河畔槨示雙趺)를 말합니다. 첫째 다자탑전분반좌는《아함경(阿含經)》《중본기경(中本起經)》의 대가섭품(大迦葉品)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부처님께서 사위국 급고독원에서 대중을 위하여 설법하실 때 마하가섭이 뒤늦게 당도하니 자신이 앉았던 자리 반을 나누어 앉으라 하며 널리 가섭의 덕을 찬양하였다는 것입니다. 둘째 영산회상거염화는 송(宋)나라 오명(悟明)이 편찬한《전등회요(傳燈會要)》에 근거를 둔 것으로 정법안장(正法眼藏)과 열반묘심(涅槃妙心)을 마하가섭에게 부촉함을 말합니다. 셋째 이련하반곽시쌍부는《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다비품(茶毘品)에 근거한 것으로, 부처님께서 열반에 들어 입관된 뒤 멀리서 온 가섭존자가 이를 슬퍼하며 울자 부처님께서 두발을 관 밖으로 내놓으며 광명을 비치었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좋은날 만드시고, 성불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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