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참선수행이란 무엇인가.
한국불교의 수행법 중에서 참선수행은 그 핵심을 이룬다. 따라서 제방에서 왕성히 참선이 행해지고, 또한 참선수행에 대해 일반인의 관심도 높다. 그런데 일반신도들은 참선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직접 수행하기에는 아직 거리감이 있다. 왜냐하면, 선사들의 법문을 듣거나 책을 읽고 매력을 느끼고 실제 수행에 접근하려면,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그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종교 신자에게 신행방법이나 수행법을 체계적으로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 종교의 생명력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더구나 참선수행은 원래 이론이나 사상이 아닌 수행법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에는 선의 사상이나 역사에 대한 책은 많은데 정작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은 드물고, 선 법문을 하는 분은 많으나 구체적으로 방법을 제시하며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있는 곳은 찾기 어렵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실제적인 참선 방법에 대해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1)참선수행의 의미 禪이란 무엇인가? 선은 존재의 근원을 통찰하고 나와 우주의 참모습(眞面目)을 자각하여 참된 주체를 확립하는 수행이다. 이러한 참선수행이 현대인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날 인간은 참된 주체적 삶을 스스로 살지 못하고 존재와 생명의 근원이 무엇인가를 모르고 살고 있다. 자아(自我)의 진실한 모습이 무엇인가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의 일상 삶을 돌이켜 보면 타성적인 생활관습으로 살고 있다. 생존 그 자체를 위하여 산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명예를 위해 산다는 사람도 있고, 가족을 위해 사는 이도 있고, 어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산다고도 한다. 또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 일상의 반복 속에 묻혀 살기도 하고, 하루하루 삶이 고통뿐인 삶도 있다. 이러한 각각의 삶 속에서 지각 있는 가슴은「나는 무엇인가」를 외치게 된다. 나의 진면목이 무엇이며 울고, 웃고, 나고, 죽는 주인공이 무엇이냐고 묻게 된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심리적으로는 더 많은 갈등과 불안요인으로 둘러 쌓여있다. 더 높은 생산력 속에서도 인간은 여유는커녕 가중된 업무와 스트레스와 고독 속에서 힘겨워하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더 이기적으로 되고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안겨주며 스스로 지쳐가고 있다. 사회전체가 방향을 잃은 듯 혼란스럽기만 하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건지, 물질적 풍요는 왜 우리의 마음까지 풍요롭게 하지 못하는지. 여기에 선(禪)은 나는 무엇인가를 알려 주고, 이것을 통해서 인간은 참다운 자기로 살게 된다. 삶에 의미를 주고 자신의 참된 면목을 여지없이 발휘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참선수행은 무엇이 인간의 참된 삶이냐를 문제 삼으며 자기 주체를 찾아 활발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수행법이다. 2)참선수행의 정의 참선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정의를 내려 보자. 참선이란 무엇인가. 참구한다. 참여한다는 의미의 참과 선이라는 말의 합성어가 참선이다. 연구가 객관적 자료와 생각과 논리를 바탕으로 진행된다면 참구는 이런 것들을 떠난 체험과 직관에 의해 진행된다. 선이란 범어 디야나(Dhyana)를 한역한 선나의 약어이다. 번역하여 공덕총림, 사유수, 정려라 한다. 선을 통해 얻어지는 공능이 한량없으므로 공덕총림 이라하고, 사유하여 닦아가므로 수유수라 하며, 선을 닦아 마음이 적정하고 여실한 지혜가 드러나므로 정려라 한다. 이 마음은 정심(定心)이므로 선정이라고도 한다. 정은 범어 삼마디(samadhi)의 음역 삼매, 삼마지, 삼마야, 삼마제 등을 의역한 말로 마음이 고요하여 산란하지 않음을 말한다. 삼매는 다른 말로 등지(等地)라고도 하는데 평등한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음을 말한다. 불교의 수행법은 계 정 혜 3학으로 요약될 수 있다. 총설편에서 정과 혜는 통나무의 양 끝과 같이 나누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참선은 정과 혜를 함께 닦는 수행법이다. 이를 정혜쌍수라고 한다. 정과 혜는 수행의 증득의 측면을, 지와 관은 닦는 방법의 측면을 이르는 말로 이해되어 지관쌍수라고도 한다. 따라서 참선수행은 부처님 당시에 하셨던 초선에서 상수멸에 이르는 선정과 37조도품, 위빠사나와 아나파나삿티에서부터 중관의 반야공관, 유식의 유식관, 화엄의 해인삼매, 천태의 일심삼관 등 실로 다양한 수행법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참선하면 중국 선종의 수행법을 이르는 말로 이해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임제선풍에 따른 간화선을 이르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즉, 화두참구가 참선의 핵심이자 유일한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참선수행을 우리 종단의 전통적 수행법인 간화선에 근간을 두면서도 이것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부처님 당시부터 행해지던 불교의 다양한 지관법을 통칭하는 말로 사용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화두참구법이 독특하고 위력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불교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듯이 선 수행의 발전단계들을 아주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책이 선방에서 마음 놓고 24시간 화두만 챙길 수 있는 전문수행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고 가정과 직장생활을 하는 재가불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여러 가지 방법 들을 통해 그때그때 스스로 응용하고 적용해가며 생활 속에서 수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행법의 제시가 필수적이다. 그 중에서도 관법에 관해 자세히 제시한 것은 간화선이라 할 때 간(看)이라는 말도 결국 본다는 의미로 관(觀)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관은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꿰뚫어 보는 것이다. 간화란 화두를 참구한다는 의미인데 역시 화두를 철파한다. 뚫는다고 한다. 다만 화두참구에서는 의심이 꿰뚫음의 핵심이 된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의심하면서 그 힘으로 화두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꿰뚫어 보는 관법수행이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초심자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화두와 하나가 되기란 매우 어려운 문제이므로 일상생활에서 늘 깨어있을 수 있는 관법 수행은 재가수행자들에게 유용한 수행법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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