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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불법을만나고/卍-불교자료실

12.간경의 대상-3)경전의 선택

by 회심사 2019. 6. 24.


12.간경의 대상-3)경전의 선택.

    경전의 바다는 넓고도 깊다. 너무나도 많은 경전이 있어서 수행자가 그것을 모두 읽고 익히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수행자는 먼저 경전 가운데 기둥이 되는 것들을 중심으로 공부를 하게 마련이다.
    이를 '중심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중심경전이라는 개념이 반드시 적당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원만하게 두루 익히기 위해서는 이런 방편적 개념을 어느 정도 따르는 일도 필요하다. 더구나 공부를 처음 하는 이에게 이 방법은 매우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이러한 시도가 중국에서는 일찍이 교상판석론으로 대두되어 각 종파별로 자신의 종파의 으뜸경전을 소위경전으로 삼아 이것을 바탕으로 전체 경전을 배치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화엄의 5교 10종판과 천태의 5시 8교판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경전의 실제적인 편찬 순서와는 맞지 않고 각각 자기 종파의 경전을 중심으로 세운 체계이기 때문에 현실에 맞게 다시금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경을 읽는 목적에 따라 나누어 보았다.

    ①입문자의 필독서
    일단 경 공부에 들어가기 전에 현대 서적 들 중에서 불교에 대한 기초적인 관점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도서를 읽고, 수행자의 마음가짐과 생활 자세를 일깨워 줄 경문을 읽는 것이 좋다.

    ②교리 공부를 위해
    너무나 방대한 경전들이기 때문에 우선은 아함경을 먼저 읽고, 반야경 중에서 반야심경을 읽는다. 가능하면 대품반야를 죽 읽는 것도 좋다. 그리고 유마경, 해심밀경 정도를 읽고 열반경을 읽는다.

    그리고 능가경과 대승기신론을 읽고 화엄경과 법화경을 읽는다.
    이 중에서 법화경은 사경이나 독경용으로 많이 선택되는 경이므로 이때에는 이 순서에 상관없이 한다. 또 화엄경은 양이 방대하므로 품별로 나누어 먼저 읽어나가도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함경을 가장 먼저 보는 것인데, 아함경도 양이 많으므로 주제별로 추려놓은 현대서적을 이용하여 읽어 나가면 공부를 쉽고 재미있게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계율이나 참선수행에 있어서도 아함경에 기초적인 내용들이 나오므로 계율과 수행법 부분을 따로 모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③계율수행을 위해
    우바새경, 재경, 사천왕경, 십선경 등이 모두 아함경에 들어있으니 5계, 8재계, 십선은 아함경을 보면 기본적인 지침을 얻을 수 있으며 보다 상세한 내용은 우바새5계상경이나 우바새계경을 보면 되고, 특히 십주비바사론에서는 대승적 관점에서 각종 계에 대한 구체적인 관점들이 잘 나타나 있다.

    끝으로 보살계는 5계, 8재계, 십선계가 충분히 몸에 익은 사람이 받는 계이니 이와 관련된 경을 보는 자도 마땅히 앞의 계가 충분히 익은 후라야 할 것이다. 다른 모든 경전을 읽을 때 그래야 하지만 특히 보살계는 심지계이니 범망경을 비롯하여 보살계를 설한 경론을 읽을 때에는 계의 근본정신을 깨우치려고 애써야 할 것이다.

    참고로 불살생계는 모든 계율의 근본이며 이에 대한 적극적 실천법으로 방생이 있다. 방생에 대해서는 중국 주굉스님의 <계살방생문>을 보면 좋다.

    ④참선수행을 위해
    대념처경은 아함경 속에 있고, 안반수의경은 독립경이기는 하나 문장이 난해하므로 아함경 속의 입출식념경 등을 통해 익히는 것이 더 좋다. 그러므로 아함경 가운데 사념처관과 호흡관 부정관 및 37조도품에 관한 경문을 모아 읽는다. 그리고 나서 능엄경, 원각경, 금강경을 읽고 대승선의 경지를 한번 가늠해 본다.

    그리고 선가귀감 선문촬요를 읽는다.
    선가귀감, 선문촬요의 내용이 수행자의 배울 바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으므로 먼저 이것을 보고 나중에 경을 읽는 것도 좋다. 그리고 육조단경과 신심명을 비롯한 조사어록은 어느 정도 공부가 익은 후에 보는 것이 좋다.

    이들 대승경전이나 조사어록은 수행의 경험이 없는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며, 혹 이해가 되었다 하더라도 수행을 통해 나름대로 체득한 이후에 다시 읽어보면 처음에 읽은 것과 전혀 다른 새로운 의미가 와 닿을 것이다. 또한 수행 중에 자신의 경험한 바를 점검하거나 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는 지침서 역할도 한다.

    이렇게 갈래를 나눈 것은 편의상 이름 붙여 놓은 것이지 우열을 논하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 어느 것이나 하나만이라도 재대로 익혀 깨달음에 이를 수 있으면 나중에는 저절로 다 통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⑤염불, 기도, 독경, 진언수행을 위해
    위의 경전은 순서에 관계없이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읽되 한 경을 지속적으로(천독, 만독) 읽는 것이 좋다. 앞에서 보았던 경전 중에 금강경과 법화경도 수지 독송하기 좋은 경이다.

    그 이유는 어느 경보다 수지 독송의 공덕을 강조한 경이기도 하고, 금강경의 경우 선종의 정수를 잘 표현한 경이기 때문에 예부터 조사스님들께서도 거기에 의지하여 불법의 이치를 설파하곤 하셨다.
    또한 조계종의 소위경전이기도 하며 분량도 적어 외워서 암송하기도 좋다.

    지금까지 소개한 경론과 어록은 모두 한글번역본이 있는 것들로 고른 것이다.
    경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여 쉬운 개론서들만 읽을 것이 아니라,
    직접 부처님과 조사의 말씀을 듣고 마음에 와 닿는 대로 참구하고 실천해나가면 공부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12.간경의 대상-3)경전의 선택.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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