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卍-불법을만나고/卍-불교자료실

육조 혜능선사의 돈황본 단경 3

by 회심사 2017. 4. 28.


-4. 신수(神秀)-
    상좌인 신수는 생각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마음의 게송을 바치지 않는 것은 내가 교수사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마음의 게송을 바치지 않으면 오조스님께서 나의 마음속의 견해가 얕고 깊음을 어찌 아시리오. 내가 마음의 게송을 오조스님께 올려 뜻을 밝혀서 법을 구함은 옳거니와, 조사의 지위를 넘봄은 옳지 않다. 도리어 범인의 마음으로 성인의 지위를 빼앗음과 같다. 그러나 만약 마음의 게송을 바치지 않으면 마침내 법을 얻지 못할 것이다. 한참을 아무리 생각하여도 참으로 어렵고 어려우며 참으로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로다. 밤이 삼경에 이르면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하고 남쪽 복도의 중간 벽 위에 마음의 게송을 지어서 써 놓고 법을 구해야겠다. 만약 오조스님께서 게송을 보시고 이 게송이 당치 않다고 나를 찾으시면 나의 전생 업장이 두터워서 합당히 법을 얻지 못함이니, 성인의 뜻은 알기 어려우므로 내 마음을 스스로 쉬리라.' 신수상좌가 밤중에 촛불을 들고 남쪽 복도의 중간 벽 위에 게송을 지어 써놓았으나 사람들이 아무도 알지 못하였다. 게송으로 말하였다. 身是菩提樹 몸은 보리의 나무요 心如明鏡臺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나니 時時勸拂(佛)拭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莫使有塵埃 티끌과 먼지 묻지 않게 하라. 신수상좌가 이 게송을 다 써 놓고 방에 돌아와 누웠으나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다. 오조스님께서 아침에 노공봉을 불러 남쪽 복도에 '능가변상'을 그리게 하려 하시다가, 문득 이 게송을 보셨다. 다 읽고 나서 공봉에게 말씀하셨다. "홍인이 공봉에게 돈 삼만 냥을 주어 멀리서 온 것을 깊이 위로하니, 변상을 그리지 않으리라. <금강경>에 말씀하기를 무릇 모양이 있는 모든 것은 다 허망하다 하셨으니, 이 게송을 그대로 두어서 미혹한 사람들로 하여금 외우게 하여, 이를 의지하여 행을 닦아서 삼악도에 떨어지니 않게 하는 것만 못할 것이다. 법을 의지하여 행을 닦으면 사람들에게 큰 이익이 있을 것이니라." 이윽고 홍인대사께서 문인들을 다 불러오게 하여 게송 앞에 향을 사르게 하시니, 사람들이 들어와 보고 모두 공경하는 마음을 내므로 오조스님이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이 게송을 외우라. 외우는 자는 바야흐로 자성을 볼 것이며, 이를 의지하여 수행하면 곧 타락하지 않으리라." 문인들이 다들 외우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훌륭하다!'고 말씀하였다. 오조스님이 신수상좌를 거처로 불러서 물으시되, "네가 이 게송을 지은 것이냐? 만약 네가 지은 것이라면 마땅히 나의 법을 얻으리라." 하셨다. 신수상좌가 말하기를, "부끄럽습니다. 실은 제가 지었습니다만 감히 조사의 자리를 구함이 아니오니, 원하옵건대 스님께서는 자비로써 보아 주옵소서. 제자가 작은 지혜라도 있어서 큰 뜻을 알았습니까?" 하였다. 오조께서 말씀하시기를, "네가 지은 이 게송은 소견이 당도하였으나 다만 문 앞에 이르렀을 뿐 아직 문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하였다. 범부들이 이 게송을 의지하여 수행하면 곧 타락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견해를 가지고 위없는 보리를 찾는다면 결코 얻지 못할 것이다. 모름지기 문 안으로 들어와야만 자기의 본성을 보느니라. 너는 우선 돌아가 며칠 동안 더 자성을 보았다면 마땅히 가사와 법을 너에게 부촉 하리라."하셨다. 신수상좌는 돌아가 며칠을 지냈으나 게송을 짓지 못하였다. *'이 게송을 외는 이는 바야흐로 자성을 본다.[誦此偈者 方得見性]'고 함은 오조(오조)가 대중을 유인하기 위하여 방편으로 하신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