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축의 메아리-
눈 덮인 히말라야의 기슭에 예부터 평화를 사랑하던 석가라는 민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설원과 빼어난 경관 속에 그들은 자유와 평화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석가 종족의 우두머리는 슈도다나와 왕비는 마하마야였습니다.
그들은 세속의 영화를 누리면서도 뒤를 이을 후사가 없었습니다.
왕과 왕비는 소박한 꿈을 이루어달라고 하늘에 빌었습니다.
그때 부처님은 하늘의 저편 도솔천궁에 계셨습니다.
언젠가는 중생의 모습으로 중생의 세계를 건지리라 생각하시던 참이었습니다.
부처님은 이 석가족에 태어나실 것을 결심하십니다.
그때는 지금부터 꼭 2500여 년 전이었습니다.
마하마야 왕비는 출산을 위해 "룸비니"로 가십니다.
이름 모를 꽃들의 향기와 새들의 지저귐은 동산을 낙원처럼 수놓고 있었습니다.
무우수의 향기에 취한 왕비가 그 나뭇가지를 잡는 순간 귀여운 옥동자가 태어났습니다.
아이의 눈과 이마는 지혜로 빛났으며 황금빛 온몸에는 광채가 발하고 있었습니다.
인류의 역사가 있어온 이래로 가장 훌륭한 인격의 모습으로 석가모니는 우리 곁에 오신 것입니다.
"하늘 위, 하늘 아래, 나 홀로 존귀롭도다".
아기 석가의 이 선언은 바로 모든 생명의 존엄성을 설파하신 위대한 가르침입니다.
그분은 이 인간 존엄성을 가르치시고자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셨던 것입니다.
그분은 고귀한 가문의 왕자로서 청소년기를 보냅니다.
계절마다 싯다르타 태자를 위한 별장 궁궐이 마련되고 그 속에서 그분은 유복한 나날을 보냅니다.
그러나 그분의 가슴속에는 언제나 허전한 구석이 남아있습니다.
어째서 살아있는 것들은 서로를 해쳐야 하나.
저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이냐.
우리들 삶의 종말이 죽음이라면 죽음의 저편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런 생각으로 태자는 언제나 번뇌의 나날을 보냅니다.
석가는 드디어 출가를 결심합니다.
세속의 영화를 버리고 은둔의 나날을 보내면서 지극한 삶의 이치를 깨닫고 싶었던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잠든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어쩌면 다시는 못 보게 될 아내와 아들을 고즈넉이 바라보는 태자의 눈은 눈물로 얼룩졌습니다.
"위대한 깨달음을 얻기까지 나는 다시 고향땅을 밟지 않으리라."
드디어 태자는 히말라야로 발길을 올렸습니다.
청춘의 패기와 힘을 오직 도의를 그 한 목적에 바친 것입니다.
그는 숲 속의 성자들조차 감탄할 정도로 6년 동안이나 단식과 고행으로 공부에만 전념했습니다.
그러나 깨달음은 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쇠약한 기력으로 정신마저 혼미하여 죽음의 문턱까지 이르기도 했습니다.
싯다르타는 생각했습니다.
고행을 통해서는 끝내 깨달음을 얻지 못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분은 방법을 바꾸기로 결심합니다.
오히려 순수한 명상에 의하여 대각을 이루리라고 다짐하십니다.
그는 네란자나의 강둑에서 지친 몸을 씻고 보리수로 걸음을 옮기십니다.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 자리에서 대각을 이루고야 말리라.
풀방석을 깔고 앉은 그분의 주위에는 엄숙한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앉으신지 이레째 되던 새벽, 먼동이 틀 무렵이었습니다.
위대한 깨달음이 태자의 뇌리를 관통합니다.
무엇이 이 삶을 고통으로 이끄는가?
도대체 삶과 죽음의 저편에는 무엇이 있는가?
어떻게 하면 생명들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이 모든 문제들이 선명하게 태자의 뇌리에 자리 잡습니다.
방황은 끝났습니다.
이제 인류는 최고의 성인 부처님의 출현을 맞게 된 것입니다.
천지가 진동하고 하늘에서 꽃이 내립니다.
그는 이제 인류의 스승 부처님이 되셨습니다.
그 때 그분의 나이는 서른다섯이셨습니다.
부처님은 깨달음의 성지 보드가야에서 서쪽으로 500리 길을 걸으셨습니다.
마라나시라는 고대 인도의 종교 도시로 거처를 옮기시고 그곳에서 다섯 명의 출가승들에게 자신의 깨달음을 가르치셨습니다.
그때부터 석가께서는 꼭 45년간을 더 세상에 계셨습니다.
광막한 인도 대륙을 누비시면서 위없는 깨달음을 중생들 가슴속에 심으셨습니다.
그분은 중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중생을 찾아가셨습니다.
자신이 가르치신 진리의 길 위에서 그 길을 가르치신 것입니다.
80세 되시던 해 봄, 그분은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비구들이여!
여래는 이제 열반에 들려 한다.
내 인생은 이제 황혼에 접어들었구나.
제자들은 슬피 울면서 잠시라도 더 우리 곁에 계셔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또 가르치셨습니다.
내 이미 그대들에게 가르치지 않았던가.
모든 태어난 것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여래는 육신으로서가 아니라 깨달음으로서 항상 그대들과 함께 하리라.
쿠시나가라의 사라쌍수에 이른 부처님은 제자들 모두에게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으라고 거듭 당부하셨습니다.
이윽고 보름달이 허공을 가득 채울 때, 장엄한 그분의 음성이 숲 속에 울려 퍼졌습니다.
내가 간 후에는 내가 가르친 진리와 너희들의 양심이 불교 교단을 이끄는 길잡이가 되리라.
그대들은 서로 화합하여 다투지 말지니라.
모든 것은 덧없다.
부지런히 노력하여라.
이리하여 부처님은 덧없는 시간과 공간의 속박을 벗어나셔서 영원의 열반에 드셨습니다.
제자들은 그분을 정중히 다비하였고 진신사리를 수습하여 소중하게 모셔서 마하가섭과 아난존자는 그분의 말씀을 편집하여 "대장경"을 만들었습니다.
인류의 위대한 스승, 삼계의 대도사이신 부처님은 이제 모든 생명들의 가슴속에 와 계십니다.
진리를 사모하고 올바른 길을 가려는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 그분은 영원히 살아계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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