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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불법을만나고/卍-불교자료실

부모자식의 인연

by 회심사 2017. 6. 20.

    옛날 어떤 바라문이 있었다.

     

    나이 젊어서 집을 떠나 도를 배웠으나 六十이 되도록 도를 얻지 못하였다.

    바라문 법에는 나이 六十이 되도록 도를 얻지 못하면 집에 돌아가야 했다.

    그래서 아내를 만나 한 아들을 낳았는데 얼굴이 단정하여 매우 사랑스러웠다.

     

    나이 일곱 살이 되어 공부를 하는데 매우 총명하고, 또 변재가 있어서 말을 하면 보통 사람의 재주를 뛰어넘은 것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중병에 걸려 하룻밤 사이에 목숨을 마쳤다.

    범지는 몹시 애석히 여겨 어쩔 줄 모르면서, 그 시체위에 엎드려 까무러쳤다 다시 깨어났다.

    친척들은 충고하고 달래면서 억지로 시체를 빼앗아 염을 하고 관에 넣어 성 밖에 매장하였다.

     

    범지는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아무리 울어 보아야 아무 이익이 없다.

    차라리 염라대왕에게 가서 아들의 명을 빌어 보리라.'

    이에 범지는 목욕재계한 뒤 꽃과 향을 가지고 집을 떠나가는 곳마다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다.

     

    "염라대왕이 다스리는 나라는 어디에 있습니까?"

    이렇게 전전하면서 수 천리를 갔다.

    어느 깊은 산중에 이르렀을 때 여러 도인들을 만났다.

    앞서와 같이 또 물었을 때, 여러 범지들은 도리어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염라대왕이 다스리는 나라를 알아 무엇 하려는 것인가."

    그는 대답하였다.

    "내게 한 아들이 있었소. 변재와 지혜가 남보다 뛰어났었는데 요즘 갑자기 죽었소. 슬픔과 괴로움을 씻을 길이 없어 염라대왕에게 빌고 아들의 목숨을 찾아 집으로 데리고 돌아가서 늙은 나를 돌보게 하려 하오."

     

    여러 범지들은 그 어리석음을 가엾이 여겨 말하였다.

    "염라대왕이 다스리는 곳은 산 사람으로서는 갈 수 없는 곳이오. 우리는 당신에게 다른 방법을 일러 주겠소. 여기서 서쪽으로 四백리를 가면 큰 내가 있고 그 가운데 성이 있소 거기는 여러 신들이 인간 세상을 순찰하다가 머무르는 곳이오. 염라대왕은 달마다 八일에는 인간세상을 순찰한다고 하니 거기서 기다리면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것이오."

     

    범지는 기뻐하면서 그 가르침을 받들고 그 내에 이르렀다.

    그곳은 좋은 성곽과 아름다운 궁전과 집들이 있어 마치 도리천과 같았다.  

    범지는 그것을 보고 성문에 이르러 향을 사르고 발원하여 축원하면서, 염라대왕 만나기를 청하였다. 염라대왕은 문지기를 시켜 그 이유를 물었다.

    범지는 아기를 청하였다. 아뢰었다.

     

    "늦게야 아들 하나를 얻어 나의 늙은 뒤를 돌보게 하려고 길렀사온데, 일곱 살이 된 요즘 목숨을 마쳤습니다. 원컨대 대왕은 은혜를 드리워 내 아들 목숨을 보시하여 돌려주소서."

     

    염라대왕은 말하였다.

    "잘 알았다. 그대 아이는 지금 천상의 동쪽 동산에서 놀고 있다. 그러니 그대가 가서 데리고 가라."

     

    염라대왕의 신력으로 범지는 곧 가서 염라대왕이 가르쳐준 그곳에 그의 아들이 여러 아이들과 같이 놀고 있는 것을 보고는 쫓아가 안고 울며 말하였다.

     

     "나는 밤낮 네 생각에 음식도 잠도 맛이 없었다. 너는 과연 이 부모의 고통을 아는가?" 아이는 놀라 외치고 도로 꾸짖으면서 말하였다. "

     

    "미련한 이 늙은이는 아무 이치도 모르는구나!

    잠깐 동안 몸을 붙인 나를 아들이라 부른다.

    망령되이 잔소리 말고 빨리 떠나시오.

    나는 지금 여기 와서 우리 부모가 따로 있소.

    만나지 마자 왜 껴안는 것이오."

     

    범지는 실망하고 슬피 울면서 거기를 떠났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내가 들으니 사문 고오타마는 사람의 영혼의 변화하는 도리를 잘 아신다 한다. 지금 가서 물어 보리라.'

     

    그리하여 범지는 이내 돌아와 부처님에게 갔다.

    그때 부처님은 슈라아바스티이국의 제타숲 절에서 대중을 위해 설법하고 계셨다.

    그는 부처님을 뵈옵고 머리를 조아려 예배한 뒤, 그 동안의 내력을 자세히 사뢰고 물었다.

     

    '그 아이는 진실로 내 아들이온데, 이제는 나를 알아보지 못할 뿐더러 도리어 나를 어리석은 늙은이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잠깐 동안 몸을 붙인 나를 아들이라 부른다 하며 아들에겐 전연 부자의 정이 없었나이다. 무엇 때문에 그러하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참으로 어리석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떠나 곧 다른 곳에서 몸을 받는다. 부모와 처자의 인연으로 모인 것은 마치 여관의 나그네가 아침에 일어나면 이내 여관을 떠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어리석고 미혹하여 얽매어서 집착한다. 그것을 자기 소유라 생각하고 근심하고 슬퍼하며 괴로워하고 번민하면서도 그 근본을 알지 못한다. 그리하여 생사에 빠져 헤매기를 그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은정과 애욕에 탐착하지 않고 그 괴로움의 원인을 깨달아 그 원인을 버리며 부지런히 법과 계율을 닦아 온갖 생각을 없애 버리고 생사를 끝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이 아내와 자식에게 탐착하여 병이 되는 법을 관찰하지 못하면 죽음이 갑자기 닥쳐오나니 마치 큰물이 덮치는 것 같아라.

     

    죽음이 닥쳐오면 부자끼리도 구(救)하지 못하거늘 다른 친척에게서 무엇을 바라겠는가?

    명이 다할 때 친한이 믿는 것은 장님이 등불을 지키는 것 같으니라.

    지혜 있는 사람이면 이 뜻을 알아 법과 계율을 닦아 지키고 부지런히 행하여 세상일 벗어나 일체의 괴로움을 떨어 버리나니 생사의 깊은 못을 멀리 하기를 바람이 구름을 쓸어 버리듯 하라.

     

    이미 온갖 욕망을 없애 버리면 그를 지견 있는 사람이라 하느니 지혜를 이 세상의 으뜸이라 하고 마음이 깨끗하여 하는 일 없으면 바른 가르침을 받드는 그대로 생사를 모두 끝내게 되느니라.

     

    범지는 이 게송을 듣고 마음이 탁 트이어 목숨은 덧없고 처자는 손님과 같음을 알았다.

    그는 곧 게송의 이치를 깊이 생각하면서 애욕을 없애고, 잡념을 끓고, 그 자리에서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