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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불법을만나고/卍-법문의도량

나는 어디에 있는가?

by 회심사 2017. 8. 1.

    너무도 혼란스럽고 무엇이 정의인지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판단하기조차 힘들고 어려운 시기입니다. 산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가치관에 회의가 오기도 하는 그런 혼돈의 시대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지 않으면 큰일입니다. 내가 주인이 되어서 내 삶을 살아야지 남의 돈이나 세고 있으면 안 되겠지요. 깨어있는 삶, 이것이 문제입니다. 瑞巖 彦화상이 매일 主人公아! 하고 부르고는 스스로 대답하여 네! 하고 대답을 하고 다시 깨어 있어라! 하고 다시 네! 하고 대답을 하고 다른 날, 다른 사람에게 속지 말아라! 하고는 다시 스스로 네! 하고 대답을 하였다. 서암스님(850-910)은 덕산스님의 법손이고 암두스님의 제자로 천성이 둔하여 도저히 깨달음에 이르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치부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스승인 암두스님도 크게 돌보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런데도 깨달음을 성취하고 스님의 화두가 후대에 전하고 귀감이 되어있는 것을 보면 수행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선에서는 수행의 표본을 소로 비유한다. 尋牛圖니 十牛圖니 하는 것도 모두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말에 牛步(소걸음)라는 말이 있다. 천천히 걸어도 천리를 간다고 하는 데에서 취해진 말이다. 급히 가는 사람은 금방 지치고 만다. 마치 장시간 등산을 할 때 한걸음, 한걸음 걷는 것과 같다. 자신감만 믿고 빨리 걷다가는 금방 지쳐서 포기하고 마는 것과도 같은 이치이다. 이런 의미에서 재빠르고 약아빠진 사람이 매사에 앞서가고 민활한 듯 하나 영구성과 지속성이 없는 것이다. 선에서는 이런 사람을 요구한다. 선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미련한 곰같이 꾸준하게 밀고 나가는 데에 선의 길이 있는 것이다. 스님께서 매일 미친 사람처럼 스스로 부르고 스스로 대답하는 것 같으나 사실은 자기의 본성을 놓치지 않으려고 스스로 찾고 되새기는 것이다. 한번 깨달았다고 하여 그냥 버려두면 녹슬고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것도 悟後(깨달은 뒤)의 수행이라고 보는 것이다. 주인공을 발견하지 못하였으면 찾을 수도 부를 수도 없을 것이다. 주인공이란 목표를 두고 그것을 잊지 않으려고 부르는 것이다. 깨어있어라 고 하는 것은 다시 한 번 주인공을 확인하는 것이다. 과연 틀림없이 주인공이 제자리에 잘 있는가를 확인하는 말이 깨어있어라 는 말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도망을 가버리는 것이 우리들의 마음인 주인공이다. 그러니 늘 깨어있어야 하는 것이다. 다시는 안한다고 해 놓고 다시 하는 것이 우리 마음이다. 그러니 주인공! 하고 부르고는 다시 깨어있으라고 다짐을 하는 것이다. 남에게 속지 말라는 것이다. 그 조건은 깨어있는 것이다. 깨어있지 않으면 금방 남에게 속고 마는 것이다. 여기서 남이란 사람만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내가 깨어있지 않으면 우리는 늘 주변의 것들에 속고 만다. 주변의 것들에 몸과 마음을 빼앗기기 일상이다. 그러니 남에게 속지 않으려면 깨어있어야 하고 다른 것들에 속으면

    이미 주인공은 없는 것이다. 수행은 잠시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마치 우물을 푸는 것과도 같다. 물이 솟아나고 있는 우물을 절반쯤 푸다가 잠시라도 쉬면 금방 물이 가득 차고 만다. 그래서 한시도 주인공을 놓치거나 잊어버리지 말고 찾아야 하며 항상 깨어있는

    삶을 살아야 할 일이다. 어느 날 한 스님이 현사스님을 찾아와서 공부를 하겠다고 한다. 스님 왈 “어디서 왔는가?” “서암스님 회하에서 공부하였습니다.” “그러면 큰스님에게서 공부할 일이지 여기는 왜 왔는가?” “스님은 이미 돌아가시고 안계십니다.” “그래! 서암스님은 평소에 무어라 가르치시던가?” “앉으나 서나 매일 주인공! 하고 부르시고는 스스로 네! 하고 대답하더이다.” “그러면 그 스님이 돌아가셨다고 하니 불러도 대답할 사람이 없겠군! 지금 주인공이라고 부르면 누가 대답을 할 것인가?” 그 스님이 이 말에 대답이 막혔다. 여러분들은 이 순간 어떻게 대답을 하시겠습니까? 아니 지금 이 순간 어디에 계십니까? 너무도 혼란스러운 시대입니다.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나는 없어져 버립니다. 늘 깨어 있을 일입니다. 하루를 살아도 내가 원해서 깨어있는 나만의 삶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승원 스님 법문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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