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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불법을만나고/卍-법문의도량

시비는 무서운 것이다.

by 회심사 2017. 8. 7.

    시비는 옳고 그름을 가려내려고 하는 치열한 싸움이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대립이 없다.
    너와 내가 하나라고 가르친다.
    요즈음 그 무서운 시비를 정치라는 이름으로 매일 시비만 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시비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잘 모르는 모양이다.

    그 시비 때문에 온 국민의 가슴에 큰 슬픔을 주는 고 노무현 前 대통령의 부엉이 바위 사건이 있었다. 옛날에도 사람이 사는 사회에는 시비가 있어 왔다.

    정나라에 완이란 자가 살았다.
    그는 삼년동안 온갖 힘을 다해 책을 읽고 공부를 하여 유자(儒者)가 되었다.
    유자란 선비가 되었다는 말인데 선비가 되면 벼슬길도 열려 부모와 처자가 호강을 누릴 수 있었다.

    완은 동생을 구슬리어 공부를 하게하여 묵자(墨者)가 되게 하였다.
    그래서 한 집안에 유묵(儒墨)이 함께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형제는 유묵을 놓고 시비를 일삼게 되어 버렸다.
    예악(禮樂)으로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는 유가의 형과, 예악 중에서 악을 없애고 검소와 근면으로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는 묵가의 동생이 한 지붕 아래서 시비를 걸었을 때 그 형제의 아버지가 동생의 편을 들었다.

    그러자 완은 그만 제 목숨을 끊어 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예를 지켜야 할 완이 그 예를 어겨버린 셈이다.

    자식은 어버이에게 효도를 해야 한다.
    어버이의 가슴을 아프게 하면 효가 아니다.
    제 목숨을 제 스스로 끊는 것보다 더한 불효가 어디 있을 것인가.
    이처럼 시비는 인간을 어지럽게 만들고 철부지처럼 굴게 하고 만다.

    시비는 이기고 지는 결말을 노린다.
    이기면 옳은 것이고 지면 그른 것이라는 비참한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
    그래서 시비는 사람을 강박하게 하고 잔인하게 한다.
    강박하고 잔인한 사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
    성난 사자는 배가 부르면 순해지고 독을 품은 독사도 제 몸에 해가 없으면 물지를 않는다.

    그러나 강박한 사람은 무엇이든 찾아서 물어뜯고 무엇이든 갈기갈기 찢어 망가지게 해야 분이 풀린다고 씩씩거린다.

    이 얼마나 무서운가. 그러한 시비의 무서움이 절정에 달하면 그 누구나 자살을 하고 만다.물론 이 이야기는 유가의 패례를 비웃고 꼬집는 우화라고 생각하지만 하여튼 시비가 세상을 무섭게 몰라가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엄연한 사실이다.

    이패 저 패로 갈려 내가 옳다 네가 서로 다툼을 벌리는 일 역시 시비의 뒤탈일 뿐이다. 완이란 유자 역시 시비의 희생물이 되어버린 셈이 아닌가?

    죽어 버렸던 완이 애비의 꿈속에 나타나 다음처럼 시비를 걸었다.
    그대의 아들을 묵자로 만든 것은 바로 나요.
    그런데 내 무덤에 측백나무의 열매가 맺었는데도 한번 찾아와 보지도 않는단 말이요.

    죽은 자식이 살아있는 아비에게 원망을 하는 것이다.
    살아서 했던 시비가 죽어서도 이어지고 있으니 시비란 참으로 질긴 것이 아닌가!
    험하게 원수를 지면 저승까지 가져간다고 하는 것처럼 꿈속에 나타난 큰 아들이 지금 공 다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공 다툼이란 무엇일까 ?
    누가 동생을 묵자로 만들었느냐의 시비인 셈이다.

    시비는 이기고 지는 결말을 노린다.
    이기면 옳은 것이고 지면 그른 것이라는 비참한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
    그래서 시비는 사람을 강박하게 하고 잔인하게 한다.
    인간의 가르침으로 사람의 본성을 바꿀 수는 없다.
    본성이란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는 까닭이다.

    형 때문에 동생이 묵자가 된 것이 아니라 동생의 천생이 묵자를 택했다고 보면 형이 그렇게 고깝게 여길 것은 없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개조하고 발전시킨다는 생각은 참으로 무섭다.
    현대인은 인간개조란 말을 서슴없이 하곤 한다.
    인간을 목적에 맞추어 의식을 고치고 가치판단을 제공하여 알맞은 인재로 양성하여 써 먹겠다고 하는 생각이 없어지지 않는 한 사람은 항상 이용의 대상이 될 뿐, 온갖 제도로 뭉쳐진 세상은 인간을 하나의 기계처럼 착각하게 된다.

    하늘이 준 은혜를 모르면 천분이 무엇인지 알지를 못 한다.
    천분이란 무엇인가?
    너나 나나 평등한 성품을 가진 것이다.
    그러니 앉을 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면 그것에 가까운 셈이다.
    그러니 잘 난 사람, 못 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시비는 해서 어디다가 쓸 것인가?
    시비는 죽어서도 끝내 옳고 그름을 가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말이지 부엉이 바위 사건도 국사를 어지럽힐 불씨를 안고 있으니 우리 국민들이 슬기롭게 잘 대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깨서도 원망하지 말고 통합된 국민으로 잘 살기를 염원하시고 가셨다.

    무서운 시비는 그만 그치기를 바란다.
    그래서 온 국민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살았으면 좋겠다.


    불기 2553년 6 월 8 일


    원주 백운산 금선사에서 보산 법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