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십대제자 중 논의(論議)에 가장 뛰어난 가전련 존자가 하루는 아리제국을 지나는 데 우물 앞에서 한 노파가 서럽게 울며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할머니, 무슨 사연이 있어서 그렇게 울고 계십니까?"
"나는 하루하루를 종살이로 연명하는 노파라오.
물을 긷는 일을 맡았는데 젊은 주인이 물을 부지런히 길어 오지 않는다고 욕하며 구박을 하니 늙고 의지할 데 없는 신세가 한탄스러워 이렇게 울고 있다오." 노파는 더욱 서럽게 울며......
"존자님, 나는 이렇게 늙어서 까지 팔다리가 휘도록 고생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 죽어버릴까 생각해 보았으나 그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오."
"할머니, 음식은 잘 드시는지요?"
"존자님, 말도 말아요.
음식이라곤 고작 주인집 식구들이 먹다 남은 것을 조금씩 얻어먹어 항상 배가 고프다오." 가전련 존자는 노파의 처지가 너무도 안타까워 "할머니, 제게 그 가난을 파세요."
"지금 뭐라고 하셨소?"
"가난을 파시라구요."
"아니 가난을 팔라구요? 그런 것도 사고 팔 수가 있나요?"
"그럼요. 제가 할머니의 가난을 사 드리겠습니다."
"가난을 팔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 지 가르쳐 주시구려."
"할머니, 가난을 파시려면 보시를 하셔야 합니다."
"보시라니요?!
늙은 몸이 입에 풀칠도 못하고 사는 데 무엇이 있다고 보시를 하라는 거요?"
"할머니, 물 한 그릇만 얻어먹을 수 있겠습니까?"
"그거야 여기 물이 있으니 얼마든지 드리겠소."
"할머니, 지금 할머니가 겪고 있는 가난과 고통은 다 전생에 남의 물건에 욕심만 낼 줄 알고 남에게 베풀어 주기를 싫어했기 때문입니다. 남에게 베풀어 주기를 좋아하고 마음에 욕심을 덜면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보시는 금이나 은처럼 값비싼 것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할머니가 저에게 물 한 그릇을 주었듯이 마음에 담긴 정성이 다른 이에게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값진 보시는 없습니다. 이렇게 정성어린 마음을 남에게 베푸는 것이 진정한 보시이며, 그 마음을 베푸는 것이 바로 가난을 파는 것입니다."
노파는 비로소 존자의 말뜻을 알아듣고 남은여생을 그렇게 살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가난을 판다'는 것은 누가 들어도 이상하고 진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그런 매매는 찾아 볼 수 없으며 유례 또한 있다는 소리를 들어 본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가전련 존자의 '가난을 팔라'라는 제안은 정성스런 몸과 마음으로 최소한의 선을 행하는 아주 쉬운 일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어찌 살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좋은가요?"라고 자신과 다른 이에게 되묻는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모든 이에게 가전련 존자의 제안은 마음을 비우는 일, 마음을 바꾸는 일, 바로 마음이라는 꽃밭에 어떤 꽃을 심어 가꿀 것인 지에 대한 명쾌한 제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대는 지금 그대의 마음 밭에 어떤 꽃을 심고 가꾸고 있습니까?
어떤 꽃을 피우고 싶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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