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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불법을만나고/卍-불교자료실

불교의 정의

by 회심사 2017. 4. 24.


卍-불교의 정의-卍
    신심 장한 한 불자가 서울역 광장을 걷는다.
    목에는 만(卍)자 목걸이를 걸었고 손목에는 단주를 찼으니 보통불자는 아닐게 분명하다. 이곳에 늘 상 포진해 있는 극성스러운 종교의 전도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여지없이 신심 장한 불자에게로 접근한다. 그리고 묻는다. 2천 5백년에 죽은 불교를 믿지 말고 부활해 영생을 누리는 종교를 믿으라고 어째서 젊은 사람이 그런 종교를 믿고 있느냐고 이 불자는 물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불교는 죽었고 그들 종교는 살아있는 종교라는 얼토당토한 억지가 가련하기까지 하다는 눈빛이다.

    그러나 이 불자는 내심 크게 당황한 표정이다. 그토록 오래, 그리고 자신 있게 신앙해온 불교를 조리있고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이곳 서울역 광장을 지난 이 불자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만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어느때 별안간 이교도가 '불교가 뭐냐'고 물어왔을 때 나의 모습은 어떻할까를. 모르긴 모르되, 이 같은 상황에서 불교를 쉽게 그리고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불자는 그리 많지 않은 게 솔직한 우리의 현실이다.

    교육의 부재라든가 체계적인 불교신앙을 못해온 때문이라는 등의 이에 대한 원인 분석도 중요하지만 더욱 시급한 것은 불교를 쉽고 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을 갖추는 것임은 두말의 여지가 없다.

    불교는 다음의 몇 가지로 정의될 수 있겠다. 첫째는 문자 그대로 부처님(佛)이 있음으로 말미암아 성립된 가르침(敎)을 의미한다.

    둘째는 역사적 실존인물인 석가모니 부처님(佛)께 의지해서 이루어진 가르침이다.

    셋째는 부처(佛) 되도록 하는 가르침(敎)이다.

    이것을 흔히 한자어로 의불지교(依佛之敎), 불타지교(佛陀之敎), 성불지교(成佛之敎)로 표현된다. 다시 말하면 3보 즉 불. 법. 승(佛, 法, 僧)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교에 대한 설명으로 왠지 이 정도만으로는 다소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다분히 문자적이고 고전적이며 정형화된 해석이라는 인상을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교를 현대적인 측면에서 정의 내려보는 것도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서구에서는 기독교에 대한 신앙심이 급격히 퇴색하고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불교에 대한 호기심 차원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런 경향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기독교가 성하는 곳은 우리나라와 아프리카뿐이라는 현실은 종교를 떠나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퍽 즐겁게만 느껴지지는 않는 것이리라. 그러면 왜 서구인들은 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불교가 가지고 있는 합리성과 평화성과 평안성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또 불교의 현대적 정의이기도 하다.

    첫째, 불교는 철저히 합리주의에 입각한 종교라는 점이다. 불교는 무엇보다도 독단을 배제한다. 특수한 교리로써 인간을 속박하려 하지 않는다.

    불교의 합리적 사고는 인간의 주체성 회복이라는 문제에 획기적 전환점을 제시해 주고 있다. '모든 중생이 부처가 될 성품을 가지고 있다'는 불교의 주장은 신의 굴레에 매여 고작 한시적으로 인본주의에 매달렸던 서구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한다.

    둘째, 불교는 평화를 일관되게 추구하는 종교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고등종교로서 무력을 빌리지 않고 세계적으로 교세를 확장해간 유일한 종교가 불교이다. 불교의 관용적 사상체계는 모든 주의. 이념. 사상. 철학의 대립을 없애고 진정한 평화를 가능케 하는 유일한 처방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셋째, 불교는 마음의 평안을 구하는 종교이다. 불교에는 교세를 확장하거나 신자들의 결속을 위해 종말론이나 심판따위의 위협적 교리가 없다. 오히려 불안. 번민의 요인인 이기심과 욕망의 편견을 제거하도록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이 불교이다.

    불교의 수행법도 가혹한 수련이나 특정인들에게나 가능할 법할 특수기법과는 거리가 멀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두말할 것도 없이 불자가 불교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음은 부끄러운 일이다.

    시대는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누군가가 예기치 않게 불교를 물어도 여유 있게 답변할 수 있는 불자를 요구한다. 옛날과는 달리 종교하는 것도 녹녹해서는 안 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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