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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불법을만나고/卍-불교자료실

13.간경수행의 갈래와 방법

by 회심사 2019. 6. 25.


13.간경수행의 갈래와 방법

    간경수행은 가장 기초적인 수행법이므로 나름대로 여러 방편을 통해 이루어져왔다.
    이 방편들은 크게 열 가지로 구분되는데, 이를 일러 '십종수지'(十種受持) 또는 '십종전통'(十種傳通)이라 부르는 바, 그것은 수행자가 마땅히 행해야 할 열 가지 간경법이란 뜻이다.

    대승의 법을 수행하는데 열 가지가 있나니,
    첫째는 쓰고 베낌이요.
    둘째는 공양함이요,
    셋째는 베풀어서 남에게 줌이요,
    넷째는 다른이가 읽고 외면 한 마음으로 들음이요,
    다섯째는 자신이 읽음이요,
    여섯째는 자신이 이치대로 이름과 글귀와 맛과 뜻을 취함이요,
    일곱째는 도리 그대로와 이름과 글귀와 맛을 나타내 설명함이요,
    여덟째는 바른 마음으로 듣고 욈이요,
    아홉째는 조용한 데서 이치대로 헤아림이요,
    열째는 이미 뜻이 들인 것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하여 닦아 익히는 것이다.
    <중변불변론 무상승품>

    1)서사(書寫)
    서사는 부처님이 설하신 경율론를 옮겨 씀으로써 법이 단절되지 않도록 이어가면서 내면적으로는 자신을 살펴보는 공부법이다. 경전을 옮겨 쓸 때에는 가장 깨끗한 바탕에 가장 깨끗한 도구로 써야 하며, 옮겨 쓰는 글씨의 모양이나 속도도 한결같아야 한다. 경을 쓰면서 그 글자를 마음속에 같이 쓰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리고 경전을 옮겨 쓰기 시작하거나 끝낼 때 및 갈무리할 때 개경게나 개법장진언 등을 염송하는 것이 좋다. 옮겨 쓴 경전은 아무렇게 방치하지 말아야 하며, 깨끗하게 싸서 잘 갈무리해야 한다. 경전을 옮겨 쓰는 것은 부처님의 상을 조성하여 널리 받들게 하는 것과 같은 일이므로, 옮겨 쓴 경전도 이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이에게만 전해줄 수 있다. 다만 경전을 옮겨 쓸 때 반드시 한 경전을 대상으로 삼아 그것을 다 옮겨 쓴 다음에 다른 경전을 옮겨 쓰도록 한다.

    간경 수행의 대표적인 한 방법으로 사경은 널리 행해지고 있어, 사경법회를 정기적으로 하거나 사경을 주된 수행법으로 하는 사찰도 있다. 또한 사경은 계층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실천되고 있으며,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호응이 좋은 수행법이다. 요즘은 사경 교재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으므로 그런 것을 이용하면 더 쉽게 할 수 있다.

    2)공양(恭養)
    공양은 부처님의 경전이 있는 곳을 불사리가 있는 곳처럼 공경하고 존중히 공양하는 것이다.
    경전이 곧 부처님이므로 공부하는 이는 거기에 실린 말씀을 들을 때마다 부처님께 감사드려야 하는 바, 그것이야말로 간경수행의 기초가 될 것이다. 다른 글을 보듯이 쉽게 경전을 읽으려드는 것은 부처님을 스승으로 받드는 예법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이것은 경전이 곧 부처님임을 믿으며 그 가르침을 따르겠다고 맹세하는 공부법이다.

    3)시타(施他)
    시타는 경전을 자기 개인의 전유물로 삼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도 베풀어 이익을 주는 실천공부이다. 경전에서 말씀하시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자비심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대승불교의 핵심적인 수행법으로 보시가 있다. 따라서 그러한 말씀이 담겨있는 경전을 보고 오히려 그것을 아끼는 마음에 베풀어 주지 않는다면 어찌 바르게 읽었다 하겠는가.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 주어 읽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법보시라는 이름하에 경전이나 불서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은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특히 천도재나 49재를 지내는 경우 후손들은 망자를 위해 많은 양의 경전류를 사찰이나 동참대중에게 보시하기도 한다.

    4)제청(諦聽)
    제청은 다른 이가 읽고 해설하는 일체 경법을 듣고 깊이 애락(愛樂)하며 진심을 다하여 살피고 자세히 듣는 공부법이다. 옛적에 보살님이 몸을 나투셨으나 자기의 상에 빠져 뵙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처럼, 부처님께서는 언제 어느 모습으로도 오실지 모른다. 자신의 상에 빠지지 말고 부처님께서 일러주신 말씀이 들리는 곳이면 모두 부처님의 또 다른 현신으로 여기는 마음을 내야 하는 것이다.

    경전에 실린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라 하더라도 때로 부처님의 말씀과 같은 말을 들으면, 그를 선지식으로 여기고 고맙게 여기는 것도 물론 제청에 해당한다. 수행심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부처님이 여러 모습으로 우리 곁에 오셨음을 알게 되는 바, 자신이 가진 상으로 말미암아 타인이 하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한다면 올바른 간경행자라 할 수 없다. 기회 있을 때마다 법을 청하며 법을 연설하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가 즐겨 들어야 한다.

    5)피독
    피독(披讀)은 경전을 언제나 펴서 보고 읽어 손에서 놓지 않는 공부법이다.
    한번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거든 잊지 말고 기억하여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인바 이를 위해 손에서 놓지 않고 경문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다.

    옛날 어떤 사람은 스승께 한 마디 말씀을 들으면 그 말씀을 다 들어 깨우치기 전에 또 다른 말씀을 들을까 두려워했다고 한다. 이처럼 한 번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으면 반드시 그 말씀을 올곧게 깨우쳐야 할 것이며, 그 말씀이 스쳐지나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 바, 이를 위해서는 늘 부처님의 말씀을 떠올리는 생활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피독의 수행법이다.

    6)수지
    수지(受持)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바 교법을 스승으로 좇아 이를 본받고 잘 갈무리하여 잊지 않도록 하는 공부법이다. 앞의 피독이 경전을 손에서 놓지 않고 읽는 것이라면 수지는 다시 그것을 마음에 새기고 생활 속에서도 잊지 않고 받아 지니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피독과 수지는 간경 수행자의 필수적인 행법이라 하겠다.

    7)개연
    개연(開演)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때때로 언제나 연설하고 열어 보여 사람들에게 믿어 알도록 하는 공부법이다.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름대로 깨침이 있었을지라도 그 깨침이 자기만의 쓰임일 수 없으니, 부처님의 참된 가르침이 무엇인지 기회 있을 때마다 함께 나누어야 할 것이다.

    수지를 통해 부처님의 말씀을 자기 나름으로 갈무리했다면, 개연을 통해 그것을 바로 비추어보는 것도 필요하다. 어느 한 쪽에만 매달리면 원만한 공부가 되지 못할 수도 있는 바, 이 두 가지를 늘 아울러야 한다.

    8)풍송
    풍송(諷誦)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바 일체의 도법을 널리 범음으로 소리 내어 맑게 읊어 선양함으로써 널리 사람들로 하여금 듣기에 즐겁게 하는 공부법이다. 풍송을 할 때는 가장 깊고 맑은 소리를 내야 하는바, 잡념과 삿됨을 버리고 마음을 고요히 하며 호흡을 잘 가다듬어 발음을 정확하게 하고, 중간에 경전의 말씀을 한 소리라도 빼지 않도록 한다.

    풍송을 할 때 목탁 등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 그것은 여러 사람이 함께 풍송하기 편리하게 하고, 또한 주변을 장엄하게 하여 마음에 깊이 새기려는 것이다.

    9)사유
    사유(思惟)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가르침을 깊이 헤아려 이치를 터득하는 공부법이다. 즉, 불법의 이치를 터득하는 비결은 사유를 통해 사유를 깨고 뛰어 넘는 데 있다. 따라서 알음알이식의 생각이 아닌 깊고 깊은 의문으로 한마음이 될 때 문득 이치가 환하게 알아질 것이다.

    10)수습
    피독과 수지는 경문을 손에서 놓지 않고 읽으며 마음에 새기고 받아 지녀 명심하는 공부법임에 비해 사유와 수습은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실제로 이치를 터득하고 그것을 몸에 익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가르침대로 엄밀하게 닦아 그 열매를 맺는 공부법이다.

    사유를 통해 이치를 알았다면 다시 그것을 완전히 자기 것이 되도록 수습하는 단계를 거쳐 깨달음을 완성한다. 선종에서도 화두참구 후에 보림을 하는 것도 다 그 이유이다.
13.간경수행의 갈래와 방법.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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