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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불법을만나고/卍-법구마음행

사랑이 미워지면…….

by 회심사 2019. 12. 4.


    보살님.

     

    며칠째 날이 흐리고 늦은 가을비가 겨울을 재촉하더니,

    오늘은 모처럼 맑은 날씨입니다.

     

    화사했던 색깔들이 지워져버린 휑한 꽃밭 구석에,

    철모르는 아이같이 백일홍 꽃 서너 송이가 아직도 웃고 있습니다.

    따뜻한 햇볕에 행복해 하는 모습입니다.

     

    법당 앞 마른 잔디밭과 잎을 떨군 단풍나무 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가을 햇살을,

    가슴에 담아두고 싶어 두 팔을 크게 벌려봅니다.

     

    길 것만 같이 느껴졌던 올해도 어느새 12월 마지막 달입니다.

    돌아보니 잘한 것보다 부족했던 것이 더 많고 큰 아쉬움이 남는 한해 일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12월이 남아있습니다.

    마지막 결승선에 도착 할 때까지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스케이트 선수가 마지막까지 스퍼트를 하고,

    발을 뻗어 칼날을 결승선에 대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는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장석주님의 시 (대추 한 알) 중에서.

     

    가을에 풍성한 과일 한 알에도,

    비바람을 이겨낸 고통이 있습니다.

    강한 사람이나 약한 사람이나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려움을 끝까지 이겨내야 합니다.

     

    주변의 어려운 상황,

    남의 탓만 하면서 포기한다면 삶의 경주에서 낙오자가 될 뿐입니다.

     

    오래 전 일입니다.

    50대 초반의 보살님이 스님을 찾아와 마음이 괴롭다면서 사연을 말했습니다.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침에 출근한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그날,

    출근하는 남편 아침밥을 챙겨주지도 않았고,

    미워서 출근하는데 내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전날 저녁 사소한 일로 부부싸움을 했거든요...

     

    반년이 지났는데도 죄책감으로 악몽에 시달리고 약을 먹고 있습니다.

    스님, 어떻게 해야 합니까?........”

     

    20년을 넘게 행복하게 살아온 부부인데 사소한 일로 남편에게 미움이 생기고,

    그 미움이 불행의 씨앗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된다고...

    가슴 아파하지 말고 나누며 살다가자.

    버리고 비우면 또 채워지는 것이 있으리니 나누며 살다가자.

     

    내 마음이 <예수님, 부처님> 마음이면,

    상대도 <예수, 부처>로 보이는 것을...

    누구를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말자.

     

    누군가를 사랑하며 살아갈 날도 많지 않은데 가슴 아파하며 살지 말자.

    사랑하는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다가자.

     

    내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오는데 70년이 걸렸습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 말씀 중에서

     

    우리 모두 인연으로 만난 사람끼리 어울려 지내고 있습니다.

     

    부모 형제, 친구와 직장동료, 눈을 뜨면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주변 환경 덕분으로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합니다.

     

    좋은 사람, 미운 사람,

    맛있는 것, 맛없는 것,

    큰 것, 작은 것...구분 하지 말고,

    분별심(分別心)을 내지 말고 감사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야합니다.

     

    그래야 행복해 집니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불기2563(2019)121.

    영덕 효심사 담연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