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
그는 미남에다가 수완도 좋았으므로 여자가 많아 따랐으나 결혼은 하지 않았다. "도련님은 왜? 결혼하자 않나요? 모든 여자들의 우상인데?" "난 구속 받기가 싫어, 결혼 않고도 이렇게 얼마든지 미녀와 즐길 수 있는데 번거롭게 왜 결혼해?" 그러던 어느 날 밤 그는 만취한 상태로 환락을 즐기다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깨어나 보니 술 때문에 속이 느글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같이 놀던 여자들이 취해 잠든 모습을 보니 더욱 한심해 졌다. "아~ 정욕이란 추잡하고 환락이란 허망한 유희로다! 일과 술, 여자, 이렇게 덧없이 반복되는 삶에서 탈피하고 싶다." 그래서 청년은 구도를 결심하고 부모의 만류도 뿌리친 채 집을 나와 먼 타지로 갔다. 그러나 청년은 여기저기 도 닦는 이를 찾아 다녔으나, 한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계속 떠돌이 생활을 했고, 이 동네 저 동네를 유랑하다가 어느 부잣집 고용살이를 하게 되었다. 청년은 그곳에서 성실히 일한결과 곧 신임을 받았고 급기야 청혼 제의까지 받았다. "자네도 알다시피 난 늙었고 내겐 딸 하나 밖에 없네, 자네 내 사위가 되어 내 재산을 관리하고 딸을 돌봐 주겠나? 청년은 참 도를 찾아 나온 몸이지만 주인 딸이 너무 미녀라 마음이 솔깃해 졌다. 결국 청년은 결혼 하였고 예전의 환락적인 생활이 다시 시작 되었다. 하지만 몇 년이 흐르자 애욕은 다시 시들해 졌고, 청년은 어느 날 갑자기 다시 훌쩍 그 집으로 부터 도망쳐 나왔다. 얼마쯤 가다 한 여인숙에 들르니 거기에는 본래의 애인보다 몇 배 더 예쁜 미인이 기다렸다. 청년은 전날의 굳은 결의도 잊고 다시 그 미녀의 육욕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 못가고 다시 도망쳤다. 이렇게 계속 떠돌며 많은 여인과 정을 나눴으나 허무감만 더 깊어갈 뿐이었다. 세월이 흘러 그의 몸은 늙었고, 그 당시 같이 살던 여인이 빈정 되듯 말했다. "갈 테면 가라지. 늙어 힘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주제에 같이 살아주는 것만도 고마운 줄 알라고." "크윽, 업보로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마무리 말씀 하셨다. 진리를 찾는다는 핑계로 현실을 도피하고, 이곳저곳 떠돌며 주위환경을 탓하는 저 청년과 같은 어리석은 이들이 많다. 괴로움은 도망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요 그럴수록 고통이 더해가나니, 불자들은 있는 현실을 그대로 직시하고 그 안에서 숨겨진 참 도를 찾아야 평온을 얻으리라. [출전] 육도집경(六度潗經) -보문 합장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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