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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회심사마음눈/卍-내용이미지

신심명[信心銘]

by 회심사 2021. 6. 4.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네, 버릴 것은 오직 간택심뿐.

밉다 곱다 마음 없으면 툭 트이어 명백하리라.​

털끝만한 차별이 있어도 하늘과 땅만큼 벌어지나니,

참 나가 나타나려면 순도 역도 두지 말라.

 

어긋난다 맞는다 시비를 하면 이것이 마음의 병이니,

깊은 뜻을 모르면 생각을 가라앉힌다 해도 소용이 없다.​

허공처럼 원융하여 남고 모자람 없건마는,

도리어 취사심 때문에 여여하지 못하도다.

 

인연을 쫒지도 말고 적멸에도 빠지지 않아서,

한 가지 그대로만 지니면 헛것은 스스로 다하리라.

움직임을 쉬어서 그침으로 돌아가면 그침이 다시 움직이나니,

오직 양쪽 가에 머물거늘 어찌 일종을 알 수 있으리오.​

 

일종을 통하지 못하면 양쪽 끝에 빠져 공덕을 잃으리니,

유(있음)를 버리면 유(있음)에 빠지고 공을 따르면 공을 등지느니라.​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도리어 상응치 못하고,

말과 생각이 끊어지면 통하지 않는 것이 없느니라.​

 

근원에 돌아가면 본뜻을 얻고 비춤을 따르면 근본을 잃나니,

잠깐 반조하면 앞의 공보다 훨씬 뛰어나리라.​

앞의 공이 뒤쳐 변함은 모두 망념된 생각으로 바뀌나니,

참을 구하려 들지 말고 다만 분별심을 쉴지어다.​

 

두 견해에도 머물지 말고 찾으려고 하지 말라.

조그만 시비라도 일으키면 어지러이 본심을 잃으리라.​

둘은 하나 때문에 있는 것이니 하나마저도 지키지 말라.

한마음이 나지 않으면 만법이 허물없느니라.​

 

허물없으면 법이 없고 나지 않으면 마음이랄 것도 없으니,

능(주관)은 경계 따라 없어지고 경계는 능(주관)을 쫒아 가라앉느니라.

경(객관)은 능(주관)으로 말미암아 경(객관)이요

능(주관)은 경(객관)으로 말미암아 능(주관)이니,​

 

양단된 뜻을 알고자 하거든 본래로 일공임을 알아라.

일공이 두 가지(양단)에 같아서 삼라만상을 다 포함하나니,​

정밀하고 거친 것에 구분 없으면 어찌 편당이 있으리오.

큰 도는 바탕이 넓고 커서 쉽고 어려울 것 없지만,​

 

좁은 소견에 의심지어 서두르는 것 도리어 늦어지도다.

붙들고 있으면 척도를 잃어 반드시 삿된 길에 들고,

놓으면 자연하여 자체에 가고 머묾 없도다.

 

성품에 맡겨 도에 합치하면 일 없는 듯 번뇌 끊기고,

마음 분별로 참뜻 어기면 흐리멍덩 잠겨서 좋지 않다.​

좋지 않으면 정신이 번뇌로우니 무엇 친소를 따지리오.

일승으로 나가려면 육진을 싫어하지 말라.​

 

육진을 싫어하지 않으면 도리어 옳은 깨침이 되느니라.

지자는 함이 없건만 우자는 스스로 얽매도다.​

법에 두 가지 법이 없건만 망령되이 스스로 애착하여,

마음으로써 마음을 쓰니 어찌 그릇되지 않으리오.​

 

미하면 열반생사가 있고 깨치면 좋고 궂음이 없나니,

일체 분별을 망령되이 짐작하도다.​

몽환이요 공화인 것을 무어라 애써 붙들려는가.

얻고 잃고 옳고 그름을 한꺼번에 놓아버릴지어다.​

 

눈에 잠(졸음)이 없으면 모든 꿈은 저절로 사라지고,

마음이 다르지 않으면 만법이 한가지로 여여하니라.​

일여는 바탕이 현명하여 모든 인연을 잊었으니,

만법을 평등히 관찰하면 자연 그대로 돌아가리라.​

 

모든 까닭이 없어져서 무엇에 비교할 수도 없으니,

그침이 곧 움직임이요 움직임이 곧 그침이로다.

두 가지가 이미 성립되지 않는데 하나인들 어찌 있을 손가.

마지막 다한 이치에는 법칙이 따로 없느니라.

 

마음에 계합하여 평등케 되면 능소가 함께 끊어지고,

의심이 다해 없어지면 바른 믿음이 고루 곧게 됨이라.​

모든 것은 머물러 있지 않으니 기억할 아무것도 없으리.

허허로움 밝게 비추나니 애써 마음 쓸 일 아니로다.

 

사량으로 미칠 바 아니라 정신으로 헤아릴 수 없나니

진여법께는 남도 없고 나도 없도다.

급히 상응코자 하거든 둘 없는 이치를 말할 뿐이니,

둘 아님은 같다는 것 포용치 않음이 없도다.​

 

시방의 모든 선현들이 다 이 종취로 들어오나니,

종취는 빠르고 늦음 없어서 한 생각이 곧 만년이로다.​

유무가 따로 없어서 시방이 바로 눈앞에 펼쳐 젓도다.

 

아주 작은 것은 큰 것과 같아서 경계를 알 수 없고

아주 큰 것은 작은 것과 같아서 그 끝을 볼 수 없도다.

있는 것이 곧 없는 것이요 없는 것이 곧 있는 것이니,

만약 이 같지 않거든 모름지기 지킬 바가 아니로다.​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이니,

다못 이렇게 된다면 무엇 다 못 마침을 걱정하리오.

신심은 둘이 아니니 둘 아닌 심신은,

말길이 끊이고 삼세(과거 미래 현재)가 아니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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