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과 개간한 논.
도둑은 쌀가마를 훔쳐 지게에 졌는데, 너무 무거워 일어서지 못하고 쩔쩔맸다. 그때 누군가 지게를 밀어 주었다. 깜짝 놀란 도둑이 뒤돌아보자 한 스님이 손을 입에 갔다대며 말했다. "쉿! 들키겠네. 넘어지지 않게 조심이 내려가게. 먹을 것이 떨어지면 또 오게나." 혜월 스님이었다. 경허의 제자로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은 혜월은 배고픈 대중을 먹여 살리기 위해 가는 곳마다 산비탈을 개간해 논을 만들었다. 어느 날, 혜월이 개간한 논을 탐내던 사람들은 그 논을 팔라고 요구했다. 혜월은 사람들의 거듭된 간청에 못 이겨 헐값에 논을 팔았다. 논을 팔고 받은 돈으로 일꾼을 고용해 다시 산자락에 논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꾼들은 꾀를 내어 날마다 혜월에게 좋은 법문을 들려 달라고 졸랐다. 법문을 듣는 동안 쉴 요량이었다. 그 청을 들어주다보니 하루해가 다 가도록 아무 일도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도 혜월은 그 논을 들여다보며 매우 흡족해 했다. 이를 탐탁지 않게 바라보던 한 제자가 물었다. "스님 뼈 빠지게 일해서 만든 논을 헐값에 팔고 그 돈으로 일꾼을 구하고도 논 몇 마지기 밖에 완성하지 못해 손해가 큰데 뭐가 그리 즐거우십니까?" 혜월이 말했다. "이 녀석아, 무슨 셈이 그 모양이냐? 판 논은 그 자리에 있지, 그 돈은 일꾼들이 품삯으로 받아 생활에 도움이 되었지, 그리고 산자락에 없던 논 몇 마지기가 새로 생겼으니, 이거야말로 큰 이득을 본 것이 아니냐?" -혜월 스님- -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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