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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불법을만나고/卍-법문의도량

줄 수 있는 것은 주라.

by 회심사 2021. 12. 4.



줄 수 있는 것은 주라.
    보살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보살의 마음가짐은 결코 간탐과 인색이 될 수는 없다.
    뭇 생명 있는 자에게 은혜를 베풀고자 하는 그 마음이 기본이 된다.
    인색한 마음을 베풂의 마음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큰 복은 저절로 찾아들고, 누구나 능력껏 은혜를 베풀 때 수많은 좋은 일과 함께 위없는 깨달음의 문은 열리게 되는 것이다.

    ​ [범망경]에서도 보살의 해야 할 바로 마땅히 '일체빈궁인(一切貧窮人)'에게 베풀어야 한다고 하였다.
    일체라 함은 승속남녀 모두를 가리키며, 빈궁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물질이 가난하기 때문에 재물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고,
    둘째는 마음이 가난해서 법을 구하는 사람이다.

    ​ 이와 같은 물질과 마음이 빈궁한 사람이 와서 구할 때, 그 구하는 바에 따라 마음과 물질을 능력껏 베풀어 주고자 하는 것이 보살의 마음이다.

    ​ 재물을 구하고자 하는 경우, 만일 능력이 없어 그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다면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할 줄 알아야 하고, 그 사람으로 하여금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할 줄도 알아야 한다.

    ​ 법을 보시해야 하는 경우라면 불법은 물론이고 세속의 법률이나 경제 역사 의학 위생에 관한 것 등을 아는 대로 자비심으로 정성껏 가르쳐주어야 한다. 병으로 고통을 당하는 이가 있다면 그 병에 대한 지식을 아는 대로 일러주고 치료를 특별히 잘 하는 의사를 알 경우에는 서슴없이 인도해 주어야 한다.

    ​ 그렇다고 하여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베풀라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그 대상에 따라서는 법을 베풀지도 재물을 주지도 말아야 할 경우가 있다.
    혹 상대의 근기가 둔하고 열등하거나, 법다운 기틀을 전혀 갖추지 않은 사람, 깊은 법문을 듣고서 비방할 사람에게는 법을 보시하지 말아야 한다.

    ​ 그리고 보시해서는 안 될 재물이 있다.
    그 재물로 나쁜 짓을 하거나, 또는 재물로 말미암아 화를 당하게 되는 경우, 또는 어떤 목숨을 해롭게 하게 되는 등의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보시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

    ​ 그리고 재물을 보시하지 않고 야단을 치거나, 법을 가르쳐주지 않고 꾸짖더라도 계를 범한 것이 되지 않는 예외의 경우도 있다. 상대의 악을 고치기 위해 나쁜 마음이나 성내는 감정 없이 그를 꾸짖어 뉘우치게 하였다면 이는 오히려 큰 보살의 적절한 방편이요 묘용인 것이다.

    ​ 그 세부적인 사항을 설해주지 않음으로써 상대의 나쁜 마음을 꺾을 수 있는 경우, 법을 묻는 당사자가 공손하지도 존중하지도 않은 태도로 임할 경우, 몸가짐을 정돈하지 않았을 경우,
    상대의 근기가 매우 우둔하여 묘한 법문을 들으면 오히려 두려운 마음을 내게 되는 경우,
    법문을 듣고 오히려 삿된 소견을 더욱 기르게 되는 경우,
    법문을 듣고 헐뜯거나 비방을 할 염려가 있는 경우,
    법문을 듣고 그것을 나쁜 사람들에게 말해주어 정법을 파괴할 염려가 있을 경우에는 법문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 그리고 여러 경전에서는 보살이 비록 적은 법보시나 얼마 안 되는 재물을 보시하고도 그 공덕을 무상정등정각의 보리에 회향하면 한량없는 큰 과보를 성취하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작은 재물을 삼보전에 보시하거나 보리 가루 한 줌을 축생에게 보시를 하고 나서 위없는 보리를 향하여 회향하면 그 힘으로 한량없는 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

    간석가훼계(慳惜加 毁戒)의 참뜻은 보시에 있다.
    재물과 법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중생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널리 은혜를 베풀어서, 중생심의 밑바닥에까지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간탐심을 보리심으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 이것이 '나의 것 아끼고자 남 헐뜯지 말라'는 간석가훼계(慳惜加 毁戒)를 제정하신 부처님의 참뜻이다.

    -일타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