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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불법을만나고/卍-법문의도량

칭찬도 비방도 마음에 두지 말라,-일타스님

by 회심사 2021. 12. 6.



칭찬도 비방도 마음에 두지 말라
    어떠한 경우를 '남을 헐뜯음{毁他}'이라 하는가?
    ①상대방의 덕(德)에 허물이 있다고 말하는 것
    ②덕이 있는데 없다고 말하는 것
    ③덕이 많은데 적다고 말하는 것
    ④죄가 없는데 있다고 하는 것
    ⑤적은 죄를 크고 많은 것처럼 교묘하게 말하여 다른 이로 하여금 믿게 하는 것 등이다.

    ​ 그리고 누구를 헐뜯고 어떤 일을 헐뜯었느냐에 따라 죄의 경중이 다름을 밝혔다.
    이 경우에는
    ①많은 대중을 헐뜯는 죄가 가장 무겁고, 그 다음으로
    ②성인
    ③현인
    ④자기스승
    ⑤법을 전하는 화상
    ⑥덕이 있는 이
    ⑦덕이 없는 이
    ⑧사람이 아닌 용 야차 귀신 및 축생의 순이라고 하였다.

    ​ 자찬(自讚)의 경우에도
    ①스스로 성인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하는 것을 가장 큰 죄로 삼았고,
    ②자신이 계(戒) 정(定) 혜(慧) 삼학(三學)을 모두 갖추었다고 할 때,
    ③계정혜 삼학 중 어느 하나를 얻었다고 할 때의 순으로 경중을 삼고 있다. ​

    실로 그 대상이 누구이거나간에, 남의 좋은 일을 칭찬해주고 나쁜 것을 숨겨 주는 것은 덕이 되지만, 자기를 칭찬하거나 자신의 명리를 위해 남을 헐뜯는 것은 큰 죄가 된다.

    더욱이 상대방에게 허물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헐뜯는다면 더더욱 죄가 커지고, 상대가 덕망이 큰 사람일 경우에는 죄업이 더욱 깊어지는 것이다.

    ​ 특히 나이 많은 수행인이나 덕망이 높은 선지식 이 공경과 큰 공양을 받는 것을 보고, 수행력이나 학덕이 없는 승려가 그와 같은 대접을 받고자, "나도 도가 저 스님들과 같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는 덕망이 높은 선지식을 헐뜯고 모함하면서까지 자기를 높이는 경우가 있는데, 결국은 큰 죄만 지을 뿐 아무런 이익도 돌아오지 않게 된다. 진실이 아닌 것은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니, 그 허물로 인해 이제까지 닦아 놓은 작은 덕까지 모두 깎아 없애고, 죽어서는 지옥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 불법을 만나 부처님의 은혜를 입고 시주의 공양을 받았으면 마땅히 부지런히 수행하고 능력껏 중생을 교화해야 하거늘, 다른 도력 있는 분을 헐뜯으면서까지 자신을 추켜세워 존경을 받고자 한다면, 이는 부처님과 불교 전체를 욕되게 하는 일이 되고 만다.

    ​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며, 업장을 참회하고 끊임없이 수행하면 한량없는 복덕과 지혜를 성취할 수 있는데도, 스스로를 높이기 위해 남을 헐뜯으며 온갖 죄업을 짓는 것은 이제까지 공들여 닦은 수행 정진력을 일시에 다 소진시키는 것과 같은 것이다.

    ​ 자찬훼타계의 정신은 다른 것이 아니다.
    '살려라' 이다. "자기의 이기심을 버리고 다른 이를 살려라" 이것이 자찬훼타계의 참 뜻이며, 보살정신의 기 본이다. 이 이타(利他)의 정신은 곧 자리(自利)로 연결된다. 모든 이기심을 버리고 상대를 살릴 때 성불의 문은 열리게 되는 것이며, 보살도는 구현되는 것이다.

    칭찬도 비방도 마음에 두지 말라(2)/일타스님

    ​ 옛날 배나무 골에 대조적인 두 집안이 있었다.
    박서방네 집은 몹시 가난하고 아들딸이 많은데도 늘 화목하고 평온하며,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이지를 않았다. 반면 최서방네 집은 살림도 넉넉하고 식구도 적었지만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이 집안이 시끄러웠고, 서로 다투는 일이 많았다.

    ​ 하루는 최서방이 박서방의 집 앞을 지나다가 발걸 음을 멈추고 생각하였다. '박서방네는 집도 좁고 살림도 빈궁하고 식구들 도 많은데, 어찌 늘 화기애애하기만 한 것일까?'

    ​ 그는 박서방 집으로 들어가 물었다.
    "박서방, 이 댁 식구들은 의좋고 화목하기로 소문이 났는데, 나에게 그 비결을 좀 가르쳐 주시구려." "글쎄요. 특별히 말씀드릴만한 것이 없는데요."

    ​ 이때 박서방의 막내아들이 밖에서 뛰어 들어오며 외쳤다.
    "아버지, 큰일 났어요!
    소가 보리밭에 들어가 보리를 마구 뜯어먹고 있어요."

    ​ 박서방의 식구들은 모두 쫓아나가 집 앞의 보리밭으로 달려갔다.
    가서 보니 소가 보리를 뜯어먹고 있다가, 사람들이 몰려오자 놀라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보리를 짓밟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지켜 본 최서방은 생각했다.

    ​ '이제 식구 중 누군가가 호되게 꾸지람을 듣겠군.'
    그때 박서방이 식구들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허, 그것 참. 아침 일찍 소를 풀밭 근처에 내어 놓았어야 했는데 내가 실수를 했군." "아니에요. 아침에 여물을 배부르게 먹였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제 잘못이에요." 부인이 이렇게 말하자 아들도 한마디 진지하게 거들었다.

    ​ "아버지 어머니, 제가 점심 때 소를 몰고 뒷산 풀밭에 갔다 오려고 했는데 깜빡 잊어버려 이렇게 되었습니다." ​

    냇가에서 빨래를 하고 온 며느리가 말했다.
    "오늘따라 빨래하기에 정신이 팔려 소를 제대로 간수하지 못해 이렇게 되었습니다."

    ​ 박서방네 식구들의 이야기를 들은 최서방은 문득 깨달았다. '바로 이것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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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이야기 속의 박서방네는 자찬훼타와는 정반대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잘못된 일에 대해 서로가 '내 탓'이라고 하면서 오히려 상대를 감싸주고 보호하는 마음!
    이것이 바로 보살의 마음 이다.

    ​ 이렇게 나쁜 일을 자기에게 돌리고 좋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게 되면 모든 다툼이 저절로 멈추고, 평화와 행복이 넘쳐난다. 이러한 마음이 면 보살도가 구현되지 않을 까닭이 없다. 바로 이러한 까닭으로 부처님께서는 자찬훼타계를 제정하여 보살도의 근본정신을 깨우치고, 보살행을 실천하면서 생겨나기 쉬운 허물은 미리 다스리게 한 것이다. ​

    그리고 이 자찬훼타계를 범하였지만 파계가 되지 않는 예외의 경우도 알아두어야 한다.

    ​ 만일 삿된 도에 떨어진 사람을 달래고 가르쳐서 정도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경우나, 이승(二乘) 에 빠져있는 이들을 깨우쳐서 일승(一乘)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라면 남을 헐뜯고 자기를 추켜세우는 자찬훼타의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때에도 그 마음은 진실하여야 한다. 중생을 가없이 여겨 크게 교화하려는 지혜로운 마음과 정 법의 기치를 세우려는 큰 원력으로 임해야 하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당부할 것은, "수행하는 사람, 보살계를 받고 심지법문(心地法門)을 지닌 사람은 칭찬하는 말이나 헐뜯는 말에 마음을 두 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곧 '훼찬양무심(毁讚 兩無心)'이 되어야 한다.

    ​ 이것은 바로 자기가 칭찬이나 훼방을 당하였을 때 마음에 두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헐뜯을 것도 없고 칭찬할 것도 없는 것이 심지(心地)라는 것 을 분명히 알면 이 말조차 쓸 데 없는 소리에 불 과하다.

    ​ 마음 땅 마음 밭인 심지의 광명은 언제나 모든 중생과 하나가 되어 있다. 이 심지의 광명을 늘 돌아보면서, 좋은 일은 남에게 돌리고 나쁜 것은 오히려 나에게 돌릴 줄 아는 참된 보살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 보살의 길은 자찬훼타가 아니다. 화쟁사상(和諍 思想)에 입각하여 모든 다툼을 회통(會通)시켜 참된 진리를 찾고, 화합과 통일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보살의 길이다.

    ​ 자찬훼타계의 궁극적인 목적은 남에 대한 비방과 자기 칭찬의 허물을 짓지 않도록 하는 소극적인 지계(持戒)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화쟁의 본연이 되는 자찬과 훼타를 막아 보살도를 구현 하고 무상보리(無上菩提)의 세계로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데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일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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