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卍-불법을만나고/卍-법문의도량

동자승의 딱따구리 노래와 법문

by 회심사 2021. 12. 15.



동자승의 딱따구리 노래와 법문

      심심산골에 절(사찰)이 있었는데, 이제 겨우 초등학교 1학년 또래의 동자승이 있었다.
      이 동자승은 불경 공부가 끝나면 산속을 노닐다가, 산으로 약초를 캐거나 나무를 하러오는 사람들을 따라 다니며 잘 어울려 놀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장난끼가 많은 나무꾼 하나가 동자승에게 노래를 한곡 알려 주었다.
      이름하여 딱따구리 노래 !
      저 산의 딱따구리는 생나무 구멍도 잘 뚫는데
      우리 집 멍텅구리는 뚫린 구멍도 못 뚫는구나.​

      이 동자승은 노래 가사의 뜻은 모르고
      그저 재미있고 흥겨워서 아무데서나 부르고 다녔다.
      그러다 어느 날 주지 스님께서 물으셨다.​

      "동자야 그게 무슨 노래냐?"
      "예 딱따구리 노래입니다!"
      "그래 참 듣기에 좋구나."​

      하루는 스님들의 법회가 열렸는데 회제 중 하나가
      바로 동자승이 부르고 다니는 딱따구리 노래의 가사였다.

      주지스님 말씀
      바로 이 노래 속에는 인간을 가르치는 만고의 진리가 들어있다.
      마음이 깨끗하고 밝은 사람은 딱따구리 노래에서 많은 것을 얻을 것이고,
      마음이 더러운 사람은 이 노래에서 한낱 추악한 잡념을 일으킬 것인 즉

      이 노래야 말로
      맑고, 아름답고, 더럽고, 추악한 경지를 넘어선 참 진리 이니라!

      딱따구리 노래와 법문
      1930년대 말경, 만공스님이 충남 예산의 덕숭산 수덕사에 주석하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당시 만공스님을 시봉하고 있던 어린 나이의 진성사미(오늘의 수덕사 원담 노스님)는, 어느 날 사하촌(寺下村)의 짓궂은 나무꾼들을 따라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재미있는 노래를 가르쳐줄 것이니 따라 부르라" 는 나무꾼들의 말에 속아, 시키는 대로 ‘딱따구리노래’를 배우게 되었다.​

      "저 산의 딱따구리는 생나무 구멍도 잘 뚫는데
      우리 집 멍텅구리는 뚫린 구멍도 못 뚫는구나."​

      이 노래는 그야말로 음란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아직 세상 물정을 몰랐던 철없는 나이의 진성사미는, 이 노랫말에 담긴 음란한 뜻을 알 리가 없었다. 그래서 진성사미는 이 노래를 배운 이후, 절 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도 제법 구성지게 목청을 올려 이 해괴한 노래를 부르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진성사미가 한창 신이 나서 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마침 만공스님이 지나가다가 이 노래를 듣게 되었다. 스님은 어린사미를 불러 세웠다.​

      "네가 부른 그 노래, 참 좋은 노래로구나, 잊어버리지 말거라."
      "예, 큰스님."​

      진성사미는 큰스님의 칭찬에 신이 났다.
      그러던 어느 봄날, 서울에 있는 이왕가(李王家)의 상궁과 나인들이 노스님을 찾아뵙고 법문을 청하였다. 만공스님은 쾌히 청을 승낙하더니, 마침 좋은 법문이 있으니 들어보라 하시면서 진성사미를 불러 들였다.​

      "네가 부르던 그 딱따구리 노래, 여기서 한번 불러 보아라." ​

      많은 여자 손님들 앞에서 느닷없이 딱따구리 노래를 부르라는 노스님의 분부에, 어린 진성사미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그전에 노스님께서 그 노래를 칭찬해주신 일도 있고 해서, 목청껏 소리 높여 멋들어지게 딱따구리 노래를 불러 제쳤다. ​

      "저 산의 딱따구리는 생나무 구멍도 자알 뚫는데……."
      철없는 어린사미가 이 노래를 불러대는 동안, 왕궁에서 내려온 청신녀(淸信女)들은 얼굴을 붉힌 채, 어찌할 줄을 모르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때 만공스님이 한 말씀하였다.​

      "바로 이 노래 속에 인간을 가르치는 만고불력의 직설 핵심 법문이 있소.
      마음이 깨끗하고 밝은 사람은 딱따구리 법문에서 많은 것을 얻을 것이나,
      마음이 더러운 사람은 이 노래에 서 한낱 추악한 잡념을 일으킬 것이오.
      원래 참법문은 맑고 아름답고 더럽고 추한 경지를 넘어선 것이오."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