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바라밀 행하는 깨달은 중생이 곧 보살,-정묵스님
천수경의 연원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들이 있지만,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천수경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경전입니다. 천수경은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으로 시작합니다. 먼저 입을 깨끗이 하고, 정확히 말해 입으로 짓는 업을 깨끗이 소멸시키기 위한 진언으로 경은 시작합니다. 정구업진언은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입니다. 뜻을 풀이하자면, ‘수리’는 청정하다, ‘마하’는 크다, ‘사바하’는 원만성취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는 청정하고 청정해서 더할 바가 없이 청정해 졌으니, 모든 것을 원만하게 성취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뜻입니다. 정구업진언은 참회의 진언입니다. 그러나 나의 구업이나 업장만을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업장을 함께 소멸시키는 공덕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음은 오방내외(五方內外) 안위제신진언(安慰諸神眞言)입니다. 오방내외라는 것은 다섯 방향에 있는 신들을 이야기합니다. 오방은 동서남북(東西南北), 그리고 중앙(中央)입니다. 사바세계를 포함한 삼라만상을 지칭합니다. 안위제신진언은 오방에 계시는 신들, 흔히 불교를 수호하는 신중들을 말합니다. 불교를 수호하면서 중생들이 불법을 잘 듣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신들입니다. 이들 신들을 편안케 해 달라는 진언입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제대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깨달아 성불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의미입니다. 오방에 있는 신들을 편안케 하는 진언은, ‘나무 사만다 못다남 옴 도로도로 지미 사바하’입니다. ‘나무’는 귀의하고 받들다, ‘사만다’는 널리 또는 두루라는 의미입니다. ‘못다남’은 붓다를 잘못 표기한 것입니다. 그래서 ‘나무 사만다 못다남’은 온 우주에 두루 계시는 부처님께 귀의한다는 의미입니다. ‘옴 도로도로 지미 사바하’에서 ‘옴’은 아주 중요한 진언입니다. 아마도 진언의 으뜸이 ‘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천 개의 진언이 있다하더라도 단연코 ‘옴’이 가장 중요합니다. ‘옴’은 진언의 왕입니다. ‘옴’은 태초의 소리이며 진리 그 자체입니다. 범어로 쓴 글씨 모양은 마치 부처님께 귀의하는 자세를 닮아 있습니다. ‘도로도로’는 제도하다, ‘지미’는 항복을 뜻합니다. 사바하는 앞서 밝힌 대로 원만성취입니다. ‘옴 도로도로 지미 사바하’는 중생들의 번뇌를 조복 받아 깨달음을 원만 성취하게 해달라는 의미입니다. 다음에 나오는 것이 개경게(開經偈)입니다. 경이라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것입니다. 경이 붙어있어야 부처님의 말씀입니다. 개경게는 경을 활짝 여는 게송입니다. 여기서 경은 당연히 천수경입니다. 천수경을 펼쳐놓으니 무상심심미묘법(無上甚深微妙法),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 아금문견득수지(我今聞見得受持), 원해여래진실의(願解如來眞實意)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넓고 깊은 위없는 법이며, 백천만겁의 세월이 흐른다 해도 결코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서 백천만겁의 겁을 쉽게 설명하면 한 우주가 생겼다 사라지는 시간입니다. 무량한 세월입니다. 이런 영겁의 세월이 무수하게 흘러도 부처님의 법은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법을 지금 내가 듣고 보고 받아 지녔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지중한 인연을 언제 또 만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서원을 합니다. 원해여래진실의, 부처님 가르침의 진실한 의미를 원컨대 이해하고 깨닫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지금 우리는 천수경을 활짝 펼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진실로 이해해서 깨닫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리석어 그런 기회를 마주하고도 알지 못하거나 놓치고 있습니다. 기회는 지금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경전에서는 누누이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 몸은 쉽게 받을 수 없습니다. 사람 몸을 받아도 불법을 만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맹귀우목(盲龜遇木)입니다. 눈먼 거북이 100년마다 물위에 올라왔을 때, 우연히 구멍이 뚫린 나무에 거북의 머리가 들어갈 확률처럼 희유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욱 어려운 것은, 사람 몸을 받아 불법을 만나 깨달음의 인연을 맺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지금 천수경을 펼쳐보고 있습니다. 깨달음의 인연을 만났습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깨달음의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경전을 펼쳤으니, 이제 그 속에 든 진리의 말씀들을 꺼내어 들어봐야 합니다. 이것이 개법장진언(開法藏眞言)입니다. 이제 법의 창고를 활짝 열었다는 의미입니다. 장은 창고라는 뜻입니다. 어떤 창고냐 하면 법, 진리,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긴 창고입니다. 이 창고를 활짝 여는 진언은 ‘옴 아라남 아라다’입니다. 아라남은 삼매(三昧)입니다. 삼매 중에서도 무쟁삼매(無諍三昧)를 뜻합니다. 삼매에는 무쟁삼매와 유쟁삼매(有諍三昧) 두 종류가 있습니다. 무쟁삼매는 번뇌가 모두 사라진 삼매입니다. 그러나 유쟁삼매는 번뇌와 망상이 가득한 상태의 삼매입니다.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해도 삼매는 됩니다. 그것이 비록 번뇌나 망상이라도 말입니다. 몸은 법회에 있는데 마음은 집안걱정에 온통 몰두해 있습니다. 이것도 삼매는 삼매입니다. 다만 이런 삼매는 유쟁삼매입니다. 번뇌와 망상이 가득한 삼매입니다. ‘아라다’는 만족입니다. 번뇌와 고통이 사라진 무쟁삼매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어야 비로소 만족을 얻을 수 있습니다. 법의 창고를 여는 진언을 염송하고 나니, 드디어 천수경의 본래 의미가 나왔습니다. 천수천안 관자재보살 광대원만 무애대비심 대다라니(千手千眼 觀自在普薩 廣大圓萬 無碍大悲心 大陀羅尼). 이 경전의 제목입니다. 천수경은 이 긴 이름을 줄여서 표현한 것입니다. 관세음보살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우리의 고통을 덜어주고 종국에는 깨달음으로 인도하기 위해, 얼마나 위대한 자비심을 발하는지 알려주는 경전의 이름입니다. 천수경이라는 경전의 명칭에 대해 부처님이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천수경’을 설하는 것을 듣고 아난이 묻습니다. 이 경의 이름은 무엇이고 어떻게 지녀야 합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광대원만(廣大圓滿)이고 무애대비(無碍大悲)이며, 고구(救苦)다라니이며 연수(延壽)다라니이며, 멸악취(滅惡趣)다라니이며 파업장(破業障)다라니이며, 원만(願滿)다라니이고 수심자재(隨心自在)다라니이며, 속초상지자재(速超上地自在)다라니이다. 이 모든 것이 경의 다른 이름이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천수경의 다른 이름들을 설명하면 광대원만(廣大圓滿)은 크고 넓고 원만하다는 뜻입니다. 무애대비(無碍大悲)는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큰 자비라는 의미이고 고구(救苦)는 중생의 고통을 구제한다는 의미입니다. 연수(延壽)는 중생의 수명을 늘려주고, 멸악취(滅惡趣)는 악한 세상을 모두 소멸시키고, 파업장(破業障)은 악한 악업을 깨뜨린다는 뜻입니다. 원만(願滿)은 바라는 바를 원만히 성취하게 해주고, 수심자재(隨心自在)는 마음먹은 대로 이루게 해주고, 마지막으로 속초상지자재(速超上地自在)는 공부나 하고자하는 일들이 속히 이뤄지게 해준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천수경은 이처럼 여러 가지 공덕을 지니고 있는 경전입니다. 이처럼 넓고 크고 두루 원만한, 그래서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큰 자비의 마음을 내게 하는 큰 다라니가 있으니, 바로 신묘장구대다라니입니다. 경전에는 진언(眞言)과 다라니가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진언은 비교적 단문으로 된 짧은 것을 말합니다. ‘옴 도로도로 지미사바하’ 같은 것이 진언입니다. 이에 비해 다라니는 무척 깁니다. 한자로는 총지(總持)라고 번역하는데, 법성게 화엄경 약찬게 등이 대표적입니다 천수경은 천수천안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자재보살님이 광대하고 원만하여, 걸림이 없는 대자비심으로 깨달음으로 이끄는 경전입니다. 이런 의미를 마음으로 되새기면서 천수경을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불가에는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말이 있습니다. 평생에 단 한번뿐인 만남이라는 뜻입니다. 그런 절박함으로 그리고 절실함으로 천수경을 공부하시기를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출처 : 법보신문(http://www.beopb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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