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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불법을만나고/卍-법문의도량

인생의 길이란-숭산스님

by 회심사 2022. 4. 13.


인생의 길이란-숭산스님


    사람이 어느 곳으로부터 와서 어느 곳으로 가느냐 하는 문제는 동서고금(東西古今) 모든 사람들의 화제였다. 그러나 우리의 고인 가운데 나옹스님의 누님이 있었다. 동생에게 염불을 배우고 난 후 스스로 시(詩)를 읊으니 다음과 같다.

    空手來 空手去 是人生(공수래 공수거 시인생)
    生從 何處來(생종 하처래)
    死向 何處去(사향 하처거)
    生也 一片浮雲起(생야 일편부운기)
    死也 一片浮雲滅(사야 일편부운멸)
    浮雲 自體 本無實(부운 자체 본무실)
    生死 去來 亦如然(생사 거래 역여연)
    獨有一物 常獨露(독유일 물상독로)
    湛然 不隨於生死(담연불수어생사)
    還會得 湛然這 一物麽(환회득 담연저 일물마)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여
    날 때는 어느 곳으로부터 왔고
    갈 때는 어느 곳으로 가는가?
    태어나는 것은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난 것이요.
    죽는 것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지는 것 같네.
    뜬구름은 자체가 실이 없나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모두 이와 같도다
    그러나 한 물건이 있어 항상 홀로 드러나
    담연히 생사를 따르지 않는다네.
    맑고 고요한 이 한 물건이 무엇인고?

    참으로 명시다.
    태어나는 것을 한탄하는 것도 아니고 죽는 것을 슬퍼하지도 않고 오고 가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고 또한 그 가운데 생사 없는 도리를 보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시를 읽고 잘되었다, 못되었다 평가할 것이 아니라 이 속에 들어 있는 문제 하나를 풀지 않으면 안 된다.

    ‘홀로 한 물건이 있어 항상 드러나 생사를 따르지 않는다.’ 하였는데 ‘그 생사를 따르지 않는 담연한 한 물건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를 아는 자는 뜬구름을 원망하지 않으리라.
    눈물을 흘리고 통곡하지 않으리라.
    만나고 헤어짐을 기약하지 않으리라.
    기약이 없는 세계에 나아가려면 바로 그것을 보라.
    그것을 보는 자가 곧 부처님이니라.

    그러면 무엇을 본다는 말인가?
    저 담연(湛然: 깊고 고요함)한 일물(一物)을 생각하는 그놈을 바로 보아야 한다.
    그러면 그것이 본다고 보아질 수 있는 물건인가?
    아니다, 아니다.
    보려고 애쓰면 도리어 보는 마음이 구름이 되니 그 마음까지 마저 비어 허공(虛空)과 같이 하면 저절로 보이게 된다.

    그러므로 경經에 이렇게 이르고 있다.
    만약 사람이 부처님의 경계(境界)를 알고자 한다면 마땅히 그 뜻을 허공같이 청정하게 하고, 망상과 모든 고취(苦趣)를 멀리하면 마음 향하는 바가 다 걸림 없게 되리라.

    약유욕 식불경계 당정기의 여허공
    (若有欲 識佛境界 當淨其意 如虛空)
    원리망상 급제취 영금소향 개무득
    (遠離妄想 及諸趣 令心所向 皆無得)

    망상(妄想)이란 속으로 온갖 분별(分別)과 시비(是非)를 일으키는 것이고, 모든 취[六趣]는 겉으로 받아들이는 온갖 세계의 일들을 반연(攀緣)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달마 대사(達磨大師)는 '안으로 헐떡거리는 마음을 쉬고 밖으로 모든 인연을 쉬라.' 한 것이다.
    외식제연 내심무천 여심장벽 가이입도
    外息諸緣 內心無喘 心如障壁 可以入道

    그렇다고 아무 것도 하지 말고 백치白痴처럼 우두커니 앉아 있으라는 말이 아니다.
    들어도 들은 바 없고 보아도 본 바 없는 가운데서 자기 일을 충실히 하면 된다.
    충실하되 보는 놈, 듣는 놈, 먹는 놈, 입는 놈, 그놈을 똑똑히 보면 그대로 여래[如來]가 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