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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불법을만나고/卍-법문의도량

진여불성은 무엇인가?-청화스님

by 회심사 2022. 4. 25.

진여불성은 무엇인가?-청화스님


    모두가 다 그런 연기법에서 왔거니,
    모두가 다 그런 진여불성에서 왔거니,
    그러면 진여불성은 무엇일까?​

    물질(物質)일까? 다 아시는 바와 같이 물질이라 하는 것은 공간성(空間性)과 시간성(時間性)이 있어야 물질이 되지 않겠습니까. 어떠한 질량이 있다고 생각할 때에는 동시에 공간성도 시간성도 있어야 질량이 있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물질이란 말입니다. 따라서 진여불성이 물질이라고 한다면 차별적인 공간성, 또는 주기적인 변화 그런 시간성, 이런 것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성과 공간성을 갖고 있는 물질이 인연 따라서 이것 되고 저것 되고 할 수가 없습니다.​

    내 생명의 근본인 동시에 우주 만유의 근본 생명인 진여불성은 우리 마음의 본체이기 때문에 바로 불심(佛心)입니다. 우주 만유의 본체이기 때문에 법성(法性)입니다. 또 우주 만유의 참다운 모습이기 때문에 실상(實相)이라 하며 어디에도 치우침이 없는 그러한 도리이기 때문에 중도(中道)입니다. 법성, 불심, 실상, 중도 모두가 다 같은 의미입니다.​

    따라서 이 자리는 물질이 아닙니다.
    진여불성이 물질이 아니라는 말은 어디가 있고 어디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어디에나 존재하고 또는 언제나 존재하고 이래야 물질이 아닌 참다운 생명 자리가 되겠지요. 바로 이 자리는 우리 마음자리입니다.​

    마음이 물질이 아닌데 마음이 어디가 있고 어디가 없고 하겠습니까.
    우리가 남을 미워한다거나 남을 좋아한다고 할 때 미워하면은 그 마음이 어디가 있습니까. 남을 미워하는 그 마음도 자취가 없습니다. 우리가 감투를 좋아하고, 재물을 좋아하고, 이런 것도 우리가 잘 보지 못하니까 좋아하고 싫어하고 하는 것이지 좋아하는 마음 이것은 어디에도 흔적이 없습니다.​

    이조(二祖) 혜가(慧可) 스님이 달마 스님한테 가서 "제 마음이 불안스럽습니다. 제 마음을 안심시켜 주십시오" 이렇게 간청을 드렸습니다. 여러 가지 사연이 많이 있습니다만 달마 스님께서 "아! 그러면 그대 불안한 마음을 내놓아 봐라." 혜가 스님이 아무리 돌아봐도 자기 마음이 존재하지를 않는단 말입니다.​

    마음이 물질이 아닌데, 무처소(無處所)라. 어느 처소가 고유하게 있을 수가 없단 말입니다. 모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름이 있는 것도 아닌 것이고, 마음이라는 것은 명상(名相)을 떠난 것입니다. 이름도 떠나있고 모양도 떠나 있습니다.​

    진여불성도 그와 같이 물질이 아니고,
    우리 마음도 물질이 아니고,
    그렇게 생각할 때는 결국 하나가 되어 버립니다.
    내 마음이나 네 마음이나 다 하나의 마음입니다.
    또 별 마음이나 태양 마음이나 나무 마음이나 흙 마음이나 물 마음이나 물질이 아닌 순수 생명 자리는 모두가 다 하나가 되어 버립니다. 이 자리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진여불성이라. 또는 불심이라 법성이라 하는 자리입니다.​

    이 자리에서 인연법 따라서 모든 존재가 이루어졌습니다.
    이것이 대승적(大乘的)인 연기법(緣起法)입니다.​

    연기법 이것이 왜 우주의 법인 동시에 우리 불교를 통괄하는 그런 진리인가?
    이 자리를 깊이 생각해 보십시다.
    불행이고 행복이고 하는 것은 모두가 다 자기 문제가 아닙니까?
    자기 문제는 바로 자기 마음의 문제입니다.
    자기 마음 떠나서 불행이 있고, 마음 떠나서 행복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자기 마음도 우주에 충만해 있는, 그러한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는 그 자리로 부터서 인연 따라서 자기 마음이 된 것입니다. 자기 몸은 무엇인가? 자기 몸도 역시 연기법 따라서 인연법 따라서 잠시간 진여불성으로부터서 모양을 나투었습니다. 진여불성이 원래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공간성도 시간성도 없고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진여불성이 인연 따라서 사람 몸이 되었다 하더라도 사람 몸도 사실은 물질이 될 수가 없습니다.​

    물속에 비친 그런 달그림자같이, 또는 아지랑이같이, 그와 같이 상(相)만 나툴뿐인 것이지 자기 몸뚱이 이것도 사실은 물질이 아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