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경 (8)-
아난다여! 옛날 마하스닷사나라는 이름의 왕이 있었는데, 이 왕이야말로 전륜성왕으로서 혈통이 바르고 법에 맞는 왕이며, 또 사방의 세계를 평정하여 나라를 안정시킬 수 있었고, 전륜성왕을 증명하는 칠보(七寶)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아난다여! 이 마하스닷사나 왕의 도읍지는 쿠사바티라하여 동서의 길이가 12요자나, 남북의 넓이가 7요자나 되는 큰 마을이었다. 이 쿠시나가라야말로 쿠사바티의 후신(後身)이니라. 아난다여! 이 쿠사바티 도읍은 매우 풍요롭고 번창하였다. 많은 백성을 거느려 거리는 사람들로 붐비고, 또 그만큼 풍부하기도 했다. 예컨대 아난다여! 신들의 아라카만다라는 도읍지는 매우 풍요롭고 번성하여 많은 백성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또 거리가 야차들로 붐비니, 그만큼 풍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이 쿠사바티 도읍지도 아난다여! 아라카만다처럼 풍부하고 번성하며, 또 많은 백성을 거느리니 그만큼 풍부했느니라. 아난다여! 이 쿠사바티는 열 가지 음향과 음성, 즉 코끼리 소리, 말소리, 수레 소리, 큰북 소리, 작은북 소리, 비나 소리, 노래 소리, 요( ) 소리, 징 소리, 그리고 열 번째로 마시고 먹는 소리 등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았으니 참으로 번화하였다. 아난다여! 이것만으로 쿠시나가라가 결코 단순히 외진 시골 마을이 아님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니라. 4. 쿠시나가라 사람들과의 고별 그리고 아난다여! 너는 이제부터 쿠시나가라 마을로 가, 쿠시나가라의 말라 족 사람들에게 이렇게 알려라. '바세타여! 오늘 밤이 깊어 여래께서는 이 마을의 외곽에서 열반에 드신다네. 그러니 바세타여! 나중에 여래는 실로 우리 마을에서 열반에 드셨는데, 우리들은 그 마지막 때 여래를 뵙지 못하였다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 모여 여래를 만나도록 하자'라고." "잘 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라고 아난다 존자는 대답하였다. 그리고 가사를 입고 발우를 손에 드시고 서둘러 쿠시나가라 마을로 갔다. 아난다 존자가 마을에 도착했을 때, 쿠시나가라 말라 족은 마침 마을의 일로 집회장에 모여 있었다. 그래서 아난다 존자는 그들의 집회장으로 가, 쿠시나가라 말라 족에게 다음과 같이 알렸다. "바세타여! 오늘 밤이 깊어 여래께서 이 마을 외곽에서 열반에 드신다네. 그러니 바세타여! 나중에 '여래는 실로 우리 마을에서 열반에 드셨는데, 우리들은 그 마지막 때 여래를 뵙지 못하였다'는 등의 말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 모여 여래를 뵙도록 하여라." 아난다 존자로부터 이러한 말을 들은 말라 족 사람들은 아들, 부인, 딸들과 함께 가슴이 메이는 깊은 슬픔에 젖었다. 그 갑작스러운 괴로움으로 어떤 이는 머리를 산발하여 통곡하였고, 어떤 이는 팔을 뻗어 슬피 울며, 혹은 어떤 이는 땅에 드러누워 마구 여기저기 뒹굴면서 "아! 세존께서는 무슨 연유로 이리도 급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원만한 이께서는 무슨 까닭에 이리도 급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세상의 눈은 무슨 까닭에 이리도 빨리 모습을 감추시나이까?"라며 여래의 입멸을 비탄해 하였다. 이렇게 가슴 메이는 깊은 슬픔으로 시름하면서 말라 족 사람들은 아들, 부인, 딸들과 함께 마을 외곽 '여래가 태어난 곳'인 사라 나무숲으로 가, 한 걸음 먼저 돌아온 아난다 존자의 처소로 모였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아난다 존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지금 이곳에 이렇게 모여 있는 쿠시나가라 말라 족은 매우 많다. 만약 그들이 한 사람씩 세존께 고별인사를 드리다 보면 모두가 세존께 인사를 드리지도 못한 채 날이 샐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곤란할 테니 이 쿠시나가라 말라 족 모두를 세존 앞에 늘어서게 한 뒤 세존이시여! 이런 이런 말라 족 사람들은 아들, 부인, 딸, 일족(一族), 하인들 모두 함께 세존의 발에 머리를 대고 경례하여 인사 올립니다. 라 하면서 내가 한 사람씩 소개하도록 하자'라고. 이렇게 해서 아난다 존자는 쿠시나가라 말라 족 사람들 모두를 세존 앞에 정렬(整列)시켜 "세존이시여! 말라 족 사람이 아들, 부인, 딸, 일족, 하인들 모두 다 함께 세존의 발에 머리를 대고 경례 드리옵니다"라 하고서, 한 명 한 명씩 세존께 소개드리고 예배하게 했다. 이렇게 아난다 존자는 그 밤이 깊어질 때까지 쿠시나가라 말라 족을 총괄하여 세존께 예배드리게 했다. 5. 스밧다의 귀의 그리고 때마침 쿠시나가라 마을에는 스밧다라는 편력행자(遍歷行者)가 머물고 있었는데 편력행자 스밧다는 "오늘 밤이 깊어 사문 고타마가 열반에 들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편력행자 스밧다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나이든 스승 가운데 스승이라고 할 만한 편력행자들이 여래, 존경받을 만한 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이께서 예전에 이 세상에 출현하셨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사문 고타마는 바로 그 여래, 존경받을 만한 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이라고 일컬어지는 인물인데, 그 사문 고타마가 오늘 밤이 깊어 열반에 드실 듯하다. 나에게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는데, 나의 믿는 바로는 저 사문 고타마라면 그 의문을 해결해 줄 것이고, 진리를 설명해 줄지도 모른다'라고. 그래서 편력행자 스밧다는 서둘러 '여래가 태어난 곳' 사라 나무숲으로 왔다. 그리고는 아난다 존자의 처소로 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대 아난다여! 나는 나이든 스승 가운데 스승이라고 할 만한 편력행자들이 '여래, 존경받을 만한 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이께서 예전에 이 세상에 출현하셨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소, 그런데 그대 아난다여! 그대의 스승 사문 고타마는 바로 그 여래, 존경받을 만한 이, 깨달음을 얻은 이라고 하는데, 오늘 밤이 깊어 열반에 드실 듯 하다고 들었소. 그래서 그대 아난다여! 나에게는 도저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나의 믿는 바, 그대의 스승 사문 고타마라면 그 문제를 풀어 주고, 진리를 설명해 주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소. 그러니 아난다여! 그대의 스승 고타마를 만나게 해주지 않겠소?" 이것에 대해 아난다 존자는 편력행자 스밧다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스밧다여! 그럴 수 없소. 세존께서는 지금 매우 지쳐 계시오. 부디 여래를 괴롭히는 일은 하지 마오." 두 번 세 번 거듭 편력행자 스밧다는 아난다 존자에게 말하였다. "그대 아난다여! 나는 나이든 스승 가운데 스승이라 할 만한 편력행자들이 '여래, 존경받을 만한 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이께서 예전에 이 세상에 출현하셨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소. 그런데 아난다여! 그대의 스승 사문 고타마께서는 바로 그 여래, 존경받을 만한 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이라고 하는데, 오늘 밤이 깊어 열반에 드실 것 같다는 소리를 들었소. 그래서 그대 아난다여! 나에게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나의 믿는 바, 그대의 스승 사문 고타마라면 그 의문을 풀어 줄 수 있을 것이고, 진리를 설명해 주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소. 그러니 그대 아난다여! 그대의 스승 사문 고타마를 어떻게 만나게 해주지 않겠소?" 그러나 아난다 존자는 세 번째도 편력행자 스밧다에게 다음과 같이 거절하였다. "스밧다여! 그럴 수 없소. 세존께서는 지금 매우 지쳐 계시오. 제발 여래를 번거롭게 하는 일은 하지 마시오." 편력행자와 아난다 존자가 말다툼하는 것이 세존의 귀에까지 들려 왔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아난다여! 스밧다를 가로막지 말아라. 스밧다를 안으로 들여보내라. 스밧다가 나에게 묻고자 하는 것은 깨달음을 얻으려는 것이지, 나를 번거롭게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니라. 또 그 의문에 따라 내가 설명하는 것들을 스밧다는 빨리 이해할 것이니라." 그래서 아난다 존자는 편력행자 스밧다에게 말하였다. "벗, 스밧다여! 그럼 들어가오. 세존의 허락이 있었기 때문이오." 그러자 편력행자 스밧다는 세존이 누워 계시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세존께 절을 올리고 바로 상대방에게 기쁜 마음으로 치하하는 말을 나눈 뒤 한쪽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편력행자 스밧다는 세존께 다음과 같이 사뢰었다. "그대 고타마여! 세상 가운데는 사문, 바라문으로서 모임이나 교단을 가지거나 혹은 교단의 스승으로 잘 알려지고 명성도 있으며, 교조(敎祖)로 불려지는 매우 존경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사옵니다. 예를 들면 푸라나 카사파, 막카리 고살라, 아지타 케사캄발린, 파쿠다 카차야나, 신자야 벨라티풋타, 니간타 나타풋타 등이 있사온데, 이런 이들은 모두 스스로 진리를 깨달았다고 말하고 있지 않사옵니까? 그러니 어느 누구도 깨닫지 못한 것이옵니까? 아니면 그들 가운데 어떤 사람은 깨달았고, 그 밖의 어떤 사람들은 깨닫지 못한 것이옵니까?" 이것에 대해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스밧다여! 그렇게 '모두 스스로 진리를 깨달았다고 말한다던가, 혹은 누구도 깨닫지 못했다고 한다던가, 아니면 그들 가운데 어떤 이는 깨닫고 그 밖의 어떤 이는 깨닫지 못했다'라고 말하지 말라, 스밧다여! 그와 같은 것을 알아서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그런 것보다 훨씬 중요한 진리가 있느니라. 그 진리를 스밧다여! 지금부터 너에게 설하고자 하느니라. 그것을 잘 듣고 마음에 새겨 두어라." "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게 하시옵소서"라고 편력행자 스밧다는 대답하였다. 세존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스밧다여! 법(法)과 율(律)을 설한다 해도 그 가운데 여덟 가지 성스러운 길(八聖道)이라는 실천 덕목이 보이지 않으면, 그런 가르침을 본당 사문(本當沙門)은 추구할 수 없느니라. 또 제2 사문(第二沙門)도 추구할 수 없고, 제3 사문(第三沙門), 제4 사문(第四沙門)도 역시 추구할 수 없다. 반대로 스밧다여! 설하는 법(法)과 율(律) 가운데 여덟 가지 성스러운 길이라는 실천 덕목을 볼 수 있으면, 그 가르침 가운데에 본당 사문은 추구할 수 있고, 또 제2 사문, 제3 사문, 제4 사문도 추구할 수 있느니라. 그리고 스밧다여! 내가 설한 법과 율에 따라 수행하면, 여덟 가지 성스러운 길이라는 실천 덕목을 얻을 수 있으므로, 그곳에는 본당 사문이 있고, 또 제2 사문, 제3 사문, 제4 사문도 있느니라. 스밧다여! 내용이 없는 공허한 논의 따위는 사문에게는 무관한 것이니라. 스밧다여! 비구다운 비구는 이 여덟 가지 성스러운 실천 덕목을 얻어야만 하고, 이리하여 바른 생활을 보내면, 그들에게는 공덕하지 않은 진실한 세계가 나타나고, 그들도 또한 세상에서 존경받을 만한 이가 될 수 있느니라. 나 스물아홉 왕성한 젊음에 집을 나와 출가하니 스밧다여! 이유는 오로지 선(善)함을 위함이었네. 출가 성취하니 그날로부터 세월은 빨리 지나가네. 스밧다여! 50여 년의 세월이 추구하여 노니는 진리의 영역 그것이야말로 진실한 출가의 길 이것을 떠나서는 사문이 아니리 이것을 떠나서는 스밧다여! 제2 사문도 아니고, 제3 사문, 제4 사문도 아니다. 스밧다여! 내용 없는 공허한 논의 따위는 사문에게는 무관한 것이니라. 스밧다여! 비구다운 이는 이 여덟 가지 성스러운 길이라는 실천 덕목을 얻어야만 하고, 이리하여 바른 생활을 보낸다면, 그들에게는 공허하지 않은 진리의 세계가 나타나고, 그들 또한 세상에서 존경받을 만한 이가 될 수 있느니라." 이와 같은 가르침을 받고 스밧다는 세존께 다음과 같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훌륭하시옵니다. 지금 말씀을 듣고 저는 눈에서 비늘이 떨어진 듯 한 생각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마치 넘어진 이를 붙잡아 일으키고, 눈까풀 쓴 사람에게 눈까풀을 떼어 주듯, 또 길에서 헤매는 사람에게 바른 길을 제시해 주듯, 어둠 속에 있는 사람에게 등불을 밝혀 '눈 있는 자만 보라'고 말하듯, 이 우매한 저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시어 진리의 문을 열어 주셨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지금부터 저는 세존께 귀의하겠사옵니다. 또 가르침과 비구모임에 귀의하겠사옵니다. 세존이시여! 부디 세존의 앞에 출가할 것을 허락하여 주시고 구족계(具足戒)를 주시옵소서." "스밧다여! 이전에 다른 종교를 모셨던 사람으로서 나의 법(法)과 율(律)에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자 하는 이는, 4개월 동안 비구들의 관찰을 받으면서 지내야 하느니라. 그리고 4개월 후, 그 동안의 상황을 본 뒤에 뜻 있는 비구들이 그를 출가시켜 구족계를 주어 비구가 되게 하고 있다. 그 동안에 그 사람의 사람됨을 시험하는 것이니라." "그러한 일이라면 세존이시여! 저는 4개월이 아니라 4년 동안이라도 비구들의 관찰을 받으면서 지내겠사옵니다. 그러니 세존이시여! 4년이 지나면 뜻 있는 비구가 반드시 저를 위해 수고로움을 싫어하지 않고, 출가시켜 구족계를 주어 비구가 되도록 세존께서 말씀하여 주시기 바라옵니다." 이처럼 스밧다의 뜻이 강한 것을 보고 세존께서는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지금까지 말한 것처럼, 시기가 오면 이 스밧다를 출가시켜 구족계를 주고 비구가 되게 하여라." "잘 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라고 아난다 존자는 대답하였다. 그러자 편력행자 스밧다는 아난다 존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대 아난다여! 고맙소. 덕분에 나는 다행히 큰 스승으로부터 친히 제자(弟子)로서의 관정(灌頂)을 받을 수 있었소." 이리하여 편력행자 스밧다는 세존 앞에서 출가를 허락 받고 구족계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구족계를 받은 스밧다 존자는 곧바로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홀로 머물면서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수행하였다. 그 결과 이윽고 훌륭한 집안의 아들들이 바로 그 때문에 집을 나와 가족을 거느리지 않고 출가한 목적인 위없이 청정한 행(行)의 완성에 스스로 눈뜨고 알며 달성하여 지낼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스밧다 존자는 "나의 생존 조건을 다했다. 나의 청정한 행(梵行)은 완성되었다. 나의 해야 할 바는 모두 끝났다. 나는 이제 다시 윤회의 생존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라고 깨달았던 것이다. 이렇게 스밧다 존자는 존경받을 만한 이(阿羅漢)의 한 명이 되었다. 스밧다 존자는 세존의 마지막 직제자(直弟子)가 되었던 것이다. 제 6 장 다비(茶毘) 1. 마지막 말씀 다시 세존께서는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내가 입멸한 뒤, 너희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선사(先師)의 말씀만 남아 있지, 우리들의 큰 스승은 이미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라고. 그러나 아난다여! 너희들은 이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가 입멸한 후에는 내가 지금까지 너희들에게 설해 왔던 법(法)과 율(律), 이것이 너희들의 스승이 될 것이니라. 또 아난다여! 비구들은 지금까지 서로 '그대'라는 단어로 불렀지만, 내가 입멸한 후에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느니라. 아난다여! 장로 비구로서 신참 비구를 부를 때는 이름이나 성, 혹은 '그대'라는 말을 써도 좋다. 그러나 신참 비구로서 장로 비구를 부를 때에는 '대덕(大德)'이나 '존자(尊者)'라는 말을 쓰도록 하여라. 또 아난다여! 필요하다면 비구들이 배워야만 하는 조항 가운데 세세한 것, 사소한 항목(小小戒)은 비구모임에서 의논하여 취소해도 좋으리라. 또 아난다여! 찬나 비구에 대해서는 내가 입멸한 다음, '말하지 않는 벌(梵檀法)'을 가하여 줌이 좋으리라." "세존이시여! 그 말하지 않는 벌이란 어떠한 것입니까?" "아난다여! 그것은 이러한 것이니라. 찬나 비구에게는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 말하도록 내버려두되, 다른 비구나 비구니들쪽에서는 말을 걸거나 질책하거나, 더구나 가르친다든지 하는 따위를 일절 하지 말아라. 이것이 '말하지 않는 벌'이라는 것이니라." 다시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만약 너희들 가운데 부처님과 그 가르침, 승가에 대해, 혹은 수행의 길이나 방법 등에 대해 의혹이나 의문이 있는 이가 있다면, 무엇이라도 물어라. 내가 입멸한 다음에, '아! 한때 세존께서는 눈앞에 계셔서, 우리들은 직접 물으면서 의문을 해결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는데도, 비구들은 침묵하여 누구 한 사람도 의문을 제기하는 이가 없었다. 두 번 세 번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만약 너희들 가운데 부처님과 그 가르침, 승가에 대해, 혹은 수행의 길과 방법 등에 대해 의혹이나 의문이 있는 이가 있다면, 무엇이라도 물어라. 내가 입멸한 다음에, '아! 한때 세존께서는 눈앞에 계셨으므로 우리들은 직접 물으면서 의문을 해결할 수 있었다'이렇게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그러나 세 번째도 비구들은 침묵하며 누구 한 사람도 의문을 제기하는 이가 없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만약 너희들이 큰 스승을 어려워한 나머지 질문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면, 비구들이여! 동료나 벗을 위해 대신 질문하여라." 이렇게 말씀하셨는데도 비구들은 침묵하여 누구 한 사람도 질문을 제기하는 이가 없었다. 그러자 아난다 존자는 세존께 다음과 같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옵니다. 참으로 훌륭한 일이옵니다. 제가 믿는 바로는 지금 비구모임 가운데는 부처님과 그 가르침, 승가에 대해, 혹은 수행의 길이나 방법에 대해 의혹이나 의문이 있는 비구는 한 명도 없사옵니다. 참으로 훌륭한 일이옵니다." 이것에 대해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너는 숭경(崇敬)하는 생각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여래의 지혜로운 눈에도, '이 비구모임 가운데서는 부처님과 그 가르침, 승가에 대해, 혹은 수행의 길이나 방법 등에 대해 의혹이나 의문이 있는 비구는 한 명도 없다'고 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느니라. 아난다여! 이들 5백 명의 비구들은 최후의 한 사람까지 성자(聖者)가 되어,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반드시 바른 깨달음을 얻을 것이 확실할 정도로 모두 수행이 진전되어 있느니라." 이리하여 세존께서는 이제 비구모임 가운데는 부처님과 그 가르침 그리고 승가에 대해, 혹은 수행의 길이나 방법에 대해 의혹이나 의문이 있는 이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신 다음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럼 비구들이여! 이제 나는 너희들에게 알리겠노라. '만들어진 것은 모두 변해 가는 것이니라.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정진하여 너희들의 수행을 완성하여라.'" 이것이 여래께서 이 세상에 남기신 최후의 말씀이었다. 2. 석존의 입멸 이리하여 세존께서는 정신통일을 하시니, '최초의 선정(初禪)'에 드셨다. 그리고 '최초의 선정'을 지나 '제2의 선정(二禪)'에 드셨다. 그리고 '제2의 선정'을 지나 '제3의 선정(三善)'에 드셨다. 다시 '제3의 선정'을 지나 '제4의 선정(四禪)'에 드셨다. 다시 '제4의 선정'을 지나 '허공의 가없는 곳(空無邊處)'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에 드셨다. '허공의 가없는 곳'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를 지나 다시 '의식의 가없는 곳(識無邊處)'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에 드셨다. 다시 '의식의 가없는 곳'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를 지나 '일체 가질 바 없는 곳(無所有處)'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에 드셨다. 다시 '일체 가질 바 없는 곳'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를 지나 '의식도 없고 의식하지 않는 것도 없는 곳(非想非非想處)'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에 드셨다. 그리고 '의식도 없고 의식하지 않는 것도 없는 곳'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를 지나 선정의 궁극적인 경지인 '의식도 감각도 모두 멸한 곳(想受滅)'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에 드셨다. 이 선정의 경지에 드시어 조금도 움직이지 않으시는 세존을 보고, 아난다 존자는 아누룻다 존자에게 말했다. "아누룻다 대덕이시여! 세존께서 열반에 드셨나이다." 이것에 대해 아누룻다 존자는 대답하였다. "아니네, 그대 아난다여! 세존께서는 아직 열반에 드실 리가 없네. 지금은 '의식도 감각도 다 멸한 곳'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에 들어 계신다네." 다시 세존께서는 이렇듯 '의식도 감각도 다 멸한 곳'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에 잠시 머문 다음, 그 선정을 지나시어 '의식도 없고 의식 아닌 것도 없는 곳'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에 드셨다. 이번에는 앞과는 반대로 '의식도 없고 의식하지 않는 것도 없는 곳'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를 지나시어 '일체 가질 바가 없는 곳'이라는 정신통일에 드셨고, '일체 가질 바가 없는 곳'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를 지나시어, '의식의 가없는 곳'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에 드셨다. 다시 '의식의 가없는 곳'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를 지나시고 '허공의 가없는 곳'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를 지나시어 '제4의 선정'에 드셨다. 다시 '제4의 선정'을 지나시어 '제3의 선정'에 드시고 '제3의 선정'을 지나시어 '제2의 선정'에 드셨다. 다시 '제2의 선정'을 지나시어 '최초의 선정'으로 되돌아오셨다. 이렇게 '최초의 선정'으로 되돌아오신 세존께서는 재차 이 선정을 지나시어 '제2의 선정'에 드셨다. 그리고 '제2의 선정'을 지나시어 '제3의 선정'에, 거듭 '제3의 선정'을 지나시어 '제4의 선정'에 드셨는데, 이 '제4의 선정'을 지나실 무렵에 세존께서는 열반에 드셨던 것이다. 이와 같이 하여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니, 그때 대지진이 일어나고 하늘의 북이 찢어질 정도로 울려 퍼졌다. 그 모습은 매우 두려워 털끝이 곤두설 정도였다.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니 때를 같이하여 사바세계의 주인인 범천은 다음과 같은 시를 노래했다. 이 세상에 태어남을 받으시어 그 몸 다하는 정(定)에 드시니 세상에 비할 수 없는 힘 있고 정각 얻으신 큰 스승 여래께서는 스스로 증득한 진리 위해 영원한 열반에 드시는구나. 또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니, 때를 같이하여 아누룻다 존자는 다음과 같은 시를 노래했다. 뜻 고매한 마음 요동 없이 비할 수 없는 성자의 숨은 지고 마음 고요하여 혼란하지 않게 무니(牟尼)께서 마지막 때를 갈무리하시니 미혹 떠난 마음으로 참으면서 받는 괴로움도 이제는 없고 등불 사라져 가듯 심해탈하네 열반으로. 또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니, 때를 같이하여 아난다 존자는 다음과 같은 시구를 노래하였다. 그때 어쩐지 두려워 털끝이 곤두섰는데, 만덕(萬德) 구족한 정각자의 몸이 열반하는 때였네. 이와 같이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니 아직 욕심을 완전히 떠나지 못한 비구들 가운데 어떤 이는 팔을 뻗고 슬피 울고, 또 어떤 이는 땅에 드러누워 마구 여기저기 뒹굴면서 "아! 세존께서는 무슨 까닭에 이리도 급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원만한 분께서는 무슨 연유로 이리도 급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세상의 눈은 무슨 까닭에 이리도 빨리 모습을 감추시려 하시는 것이옵니까?"라고 비탄해 했다. 이것과 달리 욕심을 떠난 비구들은 "세상의 모든 행위(작용)는 모두 무상한 것이다. 변해 가는 것을 어찌 머물도록 하겠는가?"라고 바르게 사념하고 바르게 의식을 보전하여 지그시 슬픔을 참고 있었다. 때에 아누룻다 존자는 비구들에게 말했다. "그만두시오, 여러분! 비탄해 하지 마시오. 세존께서는 항상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아무리 사랑하고 마음에 맞는 이도 마침내는 달라지는 상태, 별리(別離)의 상태, 변화의 상태가 찾아오는 것이다. 그것을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생(生)하고 만들어지고 무너져 가는 것, 그 무너져 가는 것에 대해 아무리 무너지지 말라고 해도 그것은 순리에 맞지 않는 것이니라'라고. 여러분! 세존의 몸도 그것은 마찬가지인 것이오. 여러분! 이와 같이 우리가 모든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신(神)들이 기분 상해하고 있지 않소." 아누룻다 존자가 이와 같이 타이르니, 아난다 존자는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미숙한 저의 눈으로는 신들의 모습을 볼 수 없사온데, 아누룻다 존자께서는 신들을 어떻게 보시옵니까?" "그대 아난다여! 허공에 있는 신들은 대지를 생각하면서 머리를 산발하여 통곡하고, 팔을 뻗고 슬피 울며, 혹은 땅에 드러누워 마구 여기저기 뒹굴면서 '아! 세존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이리도 급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원만한 이께서는 무슨 연유로 이리도 급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세상의 눈은 무슨 까닭에 이리도 빨리 모습을 감추려 하시나이까?'라고 비탄해 하고 있소. 그대 아난다여! 다만 욕심을 떠난 신들은 '세상의 모든 행위(작용)는 모두 영원하지 않는 것이다. 변해 가는 것을 어찌 머물도록 하겠는가'라고 바르게 사념하고 바르게 의식을 보전하여 지그시 슬픔을 참고 있소." 그리고 그날 밤, 아누룻다 존자와 아난다 존자는 날이 밝을 때까지 여러 가지 가르침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리하여 날이 밝자 아누룻다 존자는 아난다 존자에게 말하였다. "이제 그대 아난다여! 그대는 지금부터 쿠시나가라 마을로 가, 쿠시나가라의 말라 족에게 '바세타여! 세존께서는 어젯밤 늦게 열반에 드셨다. 때를 헤아려 고별하여라'라고 말해 주오." "잘 알았습니다, 대덕이시여!"라고 아난다 존자는 아누룻다 존자에게 대답하고, 그날 점심때가 되기 전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손에 드시고, 쿠시나가라 마을로 갔다. 때마침 쿠시나가라의 말라 족은 일족(一族)의 일 때문에 집회장에 모여 있었다. 그래서 아난다 존자는 그 집회장으로 가 그곳에 모여 있는 쿠시나가라의 말라 족에게 말하였다. "바세타여! 세존께서는 어젯밤 늦게 열반에 드셨소. 때를 헤아려 고별하시오." 아난다 존자로부터 이와 같은 통보를 받은 말라 족 사람들은 그의 아들, 부인, 딸과 함께 모두 똑같이 깊은 슬픔에 젖어 가슴 답답해했다. 그리고 어떤 이는 슬픔과 마음의 고통으로 머리를 산발하여 통곡하고, 팔을 뻗어 슬피 울며, 혹은 땅에 드러누워 마구 여기저기 뒹굴면서 '아! 세존께서는 무슨 까닭에 이리도 급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원만한 분께서는 무슨 연유로 이리도 급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세상의 눈은 무슨 까닭에 이리도 빨리 모습을 감추려 하시나이까?'라고 비탄해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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