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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불법을만나고/卍-법문의도량

낮이나 밤이나 제 목숨 스스로 깎으며 가나니

by 회심사 2017. 7. 29.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죽림정사에 계실 때였습니다. 부처님은 여러 제자들과 함께 성안에 들어가 어떤 사람의 공양을 받고 설법하신 뒤에 해질녘이 되어 성을 나오셨습니다. 그때 길에서 많은 소떼들을 놓아 성안으로 몰고 돌아가는 어떤 사람을 만났습니다. 소들은 모두 살찌고 배불러 이리저리 뛰고 서로 떠받으면서 좋아하였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게송을 읊으셨습니다. 소치는 사람이 막대기를 들고 목장에 가 소 먹이듯이 늙음과 죽음도 역시 사람의 목숨을 기르며 몰고 간다. 큰 성받이의 남자나 여자들 아무리 재물을 쌓고 모아도 망하거나 죽지 않으니 없었나니 그것은 천이요 백이요, 하나가 아니다. 한 번 난 사람 밤이나 낮이나 제 목숨 스스로 깎으며 가나니 그 목숨 차츰차츰 줄어드는 것 마치 잦아드는 옹달샘 물 같네. 부처님은 이내 죽림정사로 돌아가 발을 씻고 물러 앉으셨습니다. 이때 아난다가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며 사뢰었습니다. "세존께서 아까 길에서 세 글귀의 게송을 읊으셨는데 그 뜻을 자세히 알 수 없나이다. 원컨대 설명하여 가르쳐주소서." "아난다야, 너는 어떤 사람이 소 떼를 놓아 몰고 가는 것을 보았는가?" "예, 보았나이다." "그것은 백정집의 소 떼들이다. 본래는 천 마리가 있었는데 성 밖으로 사람을 보내어 좋은 물과 풀을 구해 먹여 살찌게 한 다음 날마다 살찐 놈을 가려 죽였다. 지금은 죽은 소가 반이 넘지만 다른 소들은 그것도 모르고 서로 떠받고 뛰어다니며 고함을 치고 좋아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어리석음을 가엾이 여겨 그 게송을 읊은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어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난다여, 어찌 그 소들뿐이겠는가. 세상 사람들도 또한 그렇다. 항상 '나'에 집착하여 그것이 덧없음을 알지 못하고 다섯 가지(오욕락) 쾌락을 탐하여 그 몸을 기르고 마음껏 향락하면서 또 서로 해치고 죽인다. 그리하여 죽음이 기약 없이 갑자기 닥쳐오게 되어 있건만 그들은 까마득히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저 소들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법구비유경》 <무상품>에 있는 내용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네 목숨에 대해 "소치는 사람이 막대기를 들고 목장에가 소 먹이듯이 늙음과 죽음도 역시 사람의 목숨을 기르며 몰고 간다."라고 비유하셨습니다.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엄밀히 따져보면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서 다가가는 것이 됩니다. 우리는 누구나가 목숨이 차츰 차츰 줄어든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우리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죽음은 남의일 인양 천년만년 살 것처럼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죽음이 사람을 가려서 찾아올까요? "한번 난 사람 밤이나 낮이나 제 목숨 스스로 깎으며 가나니 그 목숨 차츰차츰 줄어드는 것 마치 잦아드는 옹달물 같네." 오늘도 좋은 날 만드소서. 성불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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