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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불법을만나고/卍-법문의도량

신도 영원하지 않다네

by 회심사 2017. 7. 29.

    옛날 제석천은 다섯 가지 덕이 그 몸을 떠나기 때문에 목숨을 마치면 장차 인간 세상에 내려가 질그릇 만드는 집에서 나귀의 태(胎)를 받으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섯 가지 덕이란, 첫째는 몸의 광명이 사라지는 것이요, 둘째는 머리 위의 꽃이 시드는 것이며, 셋째는 본래의 자리를 싫어하는 것이며, 넷째는 겨드랑이 밑에서 땀 냄새가 나는 것이며, 다섯째는 먼지나 흙이 몸에 묻는 것입니다. 그는 이 다섯 가지 일로써 자기 목숨이 끝날 것을 스스로 알고, 매우 걱정하고 근심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세계 안에서 사람들이 괴로움과 재액(災厄)을 구제할 이는 오직 부처님뿐이라 생각하고 부처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때 부처님은 그리드라쿠타산의 돌 집안에서 선정(禪定)에 들어 계셨습니다. 제석천은 부처님을 뵈옵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땅에 엎드려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과 법과 성스러운 대중에게 귀의(歸依)하였습니다. 그리고 채 일어서기도 전에 목숨을 마치고, 곧 질그릇장이 집에 내려가 나귀의 새끼로 태어나기 위해 나귀의 뱃속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때 공교롭게도 나귀가 고삐를 끊고 아직 굽지 않은 기왓장 사이로 내달리면서 질그릇을 모두 부셔버렸습니다. 그러자 주인은 화가 나서 나귀를 때렸는데 태속에까지 영향을 미쳐 제석천의 신식(神識;영혼)은 도로 본래 몸속으로 들어가, 다섯 가지 덕을 갖추고 다시 도리천의 왕이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삼매(三昧)에서 깨어나셔서, "장하다, 제석천은 목숨을 마칠 때를 즈음하여 삼존(三尊;불법승 삼보)께 귀의함으로써 죄의 갚음이 이미 끝나 다시는 괴로워하지 않겠구나."하고 칭찬하시고, 모든 행은 항상 되지 않아서 이른바 흥하고 쇠하는 법이다. 대개 나면 곧 죽나니 이 열반(涅槃)이 즐거움이다. 마치 저 질 그릇장이가 흙을 개어 그릇을 만들어도 마침내 모두 부서지는 것처럼 사람의 목숨도 그러하리라. 제석천은 이 게송을 듣고 덧없는 이치를 알아 죄와 복이 변하는 이치를 통달하고, 흥하고 쇠하는 근본을 깨닫게 되어 항상 열반의 도를 행하고, 불법의 수호자가 되었습니다. 《법구비유경》 <무상품>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설화입니다. 우리들의 일반적인 상식은 신(神)에게는 죽음이 없다고 생각들을 합니다만, 이 설화는 신도 죽음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 인간에게는 두려운 존재입니다. 그러나 신이란 우리 인간과 조금 다른 수준의 중생일 뿐입니다. 불교에서는 하늘의 중생을 천신이라든가 하늘사람이라고 하는데 그들은 우리들보다 좀 더 많은 복을 지어서 그곳에 태어났지만 그 복이 다하면 전생의 죄 값으로 다시 인간이나 축생 등으로 윤회(輪廻)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석천은 자기의 운명을 미리 알고 부처님을 찾아가 귀의함으로써 전생의 죄 값으로 나귀로 태어나게 될 운명이었지만 다시 제석천이 되었습니다. 우리도 인생이 무상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진실한 마음으로 삼보에 귀의하면 죽어서 악도에 떨어지는 일은 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좋은 날 만드소서. 성불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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