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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불법을만나고/卍-불교자료실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

by 회심사 2019. 4. 25.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
    불문에 처음 들어온 사람들을 경계하는 글

    ♣ 초심자의 길라잡이.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계초심학인문은 처음 불문에 들어온 사람이 어떤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가지고 생활해야 하는가를 친절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사찰 예절을 올바로 익히고자 한다면 이 보다 저 구체적이고 올바른 지침서는 없을 것입니다.

    본 페이지의 내용은 근대 한국불교의 대 강백이셨던 탄허 스님의 번역을 중심으로 삼았으며, 한정섭 법사님의 번역을 참고했습니다. 길게 나열되는 문장은 임의로 마침표를 찍어 짧게 처리했으며, 내욕 파악을 쉽게 하기위해 필자가 임의로 제목을 달았음을 밝혀 둡니다.

    ♣ 초심자의 마음가짐
    무릇 처음으로 불문(佛門)에 들어온 사람은 마땅히 나쁜 사람은 멀리하고
    어질고 착한 사람만을 가까이 해야 한다.
    5계와 10계 등을 받아 지니되 잘 지키고(持), 범하고(犯), 열고(開), 막을(遮) 줄 알아야 한다.
    다만 부처님의 성스러운 말씀에 의지하며 어리석은 사람들의 망령된 말을 따르지 말라. 이미 출가해서 청정한 대중과 함께 했으면 항상 부드럽고 온순하고 화목함만을 생각하고 스스로 잘났다는 교만심을 내지 말라.

    ♣ 대중과 생활하는 예절
    나이 많은 사람은 형이 되고 나이 적은 사람은 아우가 된다.
    만일 다투는 사람이 있으면 두 사람의 말을 화합시켜서 자비로운 마음으로 서로 대하게 하고 나쁜 말로써 다른 사람을 상하게 하지 말라.

    혹 동반들을 업신여기거나 속여서 시비를 논한다면 이와 같은 출가는 전혀 이익이 없다.
    재물과 여색의 화는 독사보다 더 무서운 것이니, 스스로 반성하고 그른 줄 알아서 항상 멀리 하라.
    할 일 없이 다른 사람의 방이나 집에 들어가지 말라.
    은밀한 처소에서 남의 일을 애써 알려고 하지 말라.
    육일이 아니거든 내복을 빨지 말라.
    양치하고 세수할 때에 큰 소리로 침을 뱉거나 코풀지 말라.
    음식을 나눠줄 때에 차례를 어기지 말라.
    걸어 다닐 때에 옷깃을 풀어헤치거나 팔을 흔들지 말라.
    말할 때 소리를 높여 희롱하거나 웃지 말라.
    중요한 일이 아니면 문밖에 나가지 말라.
    병든 사람이 있으면 마땅히 자비로운 마음으로 간호해 주라.
    손님이 오면 반갑게 맞아들이라.
    어른을 만나면 공손하게 길을 비켜야 한다.
    도구를 사용할 때는 절약하여 낭비하지 말고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 공양하는 예절
    음식을 먹을 때는 먹고 마시는 소리가 나지 않게 하고 그릇이나 수저를 들고 놓을 때 반드시 조심스럽게 하고, 얼굴을 들어 이리저리 돌아보지 말라.
    맛있는 음식만을 좋아하고 맛없는 음식이라고 싫어해서는 안 된다.
    말없이 침묵을 지켜야 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라.
    밥을 먹는 것은 다만 몸이 쇠약해지는 것을 막아 도를 이루기 위한 것인 줄을 알아야 한다.
    밥 먹을 때는 반야심경을 생각하되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주는 물건이(三輪) 모두 청정한 줄로 보아서 도 닦는데 어그러짐이 없도록 하라.

    ♣ 예불 올리는 예절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예불하되 스스로 게으름을 꾸짖고, 대중이 행하는 절차를 알아서 어지럽게 하지 말라.
    범패하고 축원할 적에 마땅히 글을 외우면서 뜻을 생각할지언정 부질없이 소리만 내지 말며, 또 곡조를 틀리게 하지 말며, 부처님 존안을 우러러보되 다른 잡된 생각을 내지 말라.

    다만 자기의 죄업이 산같이 높고 바다같이 깊은 줄을 알아서 마땅히 마음으로 뉘우치고(理懺) 몸으로 참회(事懺)하여 죄업을 소멸하라. 예배하는 자기 자신과 예배를 받는 부처님이 모두 참된 성품으로부터 반연하여 일어난 줄을 깊이 관찰하여 부처님의 감응이 헛되지 않아서 마치 그림자와 메아리가 서로 따르는 것과 같음을 깊이 믿어야 한다.

    ♣ 대중방에 거처하는 예절
    대중방에 거처할 때는 서로 양보하고 다투지 말라.
    마땅히 서로 도와주고 보호하라.
    이기고 짐을 다투지 말라.
    서로 모여 앉아 잡담하는 것을 삼가 하라.
    다른 사람의 신을 잘못 신지 말라.
    앉고 누울 적에 차례를 삼가 하라.
    손님을 대하여 말할 적에 내 집 허물을 드러내지 말고, 다만 절 안에서 하는 일을 찬탄할지언정 부질없이 고방에 가서 잡된 일을 보거나 듣고서 스스로 의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

    ♣ 마을을 왕래하는 예절
    중요한 일이 아니면 이 마을 저 마을로 다니며 속인들과 교제하여 다른 사람에게는 미움을 받고 자기의 도 닦는 생각을 잃지 말라.
    필요한 일이 있어 외출하게 되면 반드시 주지나 책임자(소임자)에게 말해서 가는 곳을 알려야 한다.
    만일 '마을 집'에 들어가게 될 때에는 반드시 바른 생각을 굳게 가져서 여러 가지 일을 보고 듣고 하더라도 나쁜 생각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거늘, 하물며 옷깃을 헤치고 희롱하고 웃으며 잡된 일을 어지럽게 말하거나 때 아닌 때에 음식과 술을 먹고 망령되게 꼴사나운 짓을 하여 부처님의 계율을 어길 것인가? 그리하여 어질고 착한 사람들에게 혐의를 받게 되면 어찌 지혜 있는 사람이라 하랴.

    ♣ 공부하는 자세
    공부하는 처소에 있을 때에는 사미와 함께 지내는 것을 삼가 하라.
    인사 차리느라고 가고 오고하는 것을 삼가 하라.
    다른 사람의 잘 잘못을 참견하는 것을 삼가 하라.
    너무 문자만을 구하는 것을 삼가 하라.
    잠을 정도에 지나치게 자는 것을 삼가 하라.
    속된 반연에 이끌려 산란하게 됨을 삼가 하라.

    ♣ 법문 듣는 자세
    만일 종사(宗師) 스님이 법상에 올라 법문하는 때를 만나거든 그 법문이 어렵다는 생각으로 물러설 마음을 내거나, 혹은 평소에 늘 듣는 것이라고 해서 소홀하게 생각하지 말라.

    마땅히 생각을 비우고 법문을 들으면 반드시 깨달을 때가 있으리라.
    말만 배우는 사람처럼 입으로만 판단하지 말아야한다.
    '독사가 물을 마시면 독을 이루고 소가 물을 마시면 젖을 이룬다(所謂蛇飮水 成毒 牛飮水 成乳).'는 말과 같이, '지혜롭게 잘 배우면 보리를 이루고 어리석게 배우면 생사를 이룬다'함이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또 법문하는 법사에 대하여 업신여기는 생각을 내지 말라.
    그로 인하여 도에 장애가 되어 공부에 발전이 없으리니, 특히 조심해야 한다.

    논(論)에 말하기를 '어떤 사람이 밤길을 가다가 횃불을 들고 가는 죄인을 만났을 때, 만약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불빛까지 받지 않는다면, 구렁에 떨어질 것이다' 라고 하였으니, 법문을 들을 때는 얇은 얼음을 밟듯 조심하여 반드시 귀와 눈을 기울여서 현묘한 법문을 들어야 하며, 마음을 가다듬어 그 깊은 뜻을 음미하라.

    법문이 끝난 다음에는 고요히 앉아 생각하여 만일 의심나는 데가 있으면 '먼저 깨달은 이(先覺)'에게 물어야 하며, 아침저녁으로 생각하고 물어서 털끝만치라도 틀리게 하지 말지니라.
    이렇게 해야 비로소 올바른 신심을 내어 도로써 자기 일을 삼는 자라고 할 것이다.

    ♣ 수행하는 마음가짐
    비롯함 없는 옛적부터 익혀온 애욕과 성내는 마음과 어리석은 생각이(三毒) 마음에 얽히고 설켜 잠깐 수그러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것이 마치 하루걸이 학질과 같으니, 어느 때든지 더욱 수행하는 방편과 지혜의 힘을 써서 마음속에 번뇌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여야 할 것이거늘, 한가하게 근거 없는 이야기로 세월을 헛되이 보내고서야 어찌 마음을 깨달아 삼계를 벗어나는 길을 구한다 하겠는가?

    다만 뜻과 절개를 굳게 가져 항상 게으름을 채찍질하고 잘못을 깨달아 착한 데로 옮겨서 허물을 뉘우치고 마음을 조복하라. 부지런히 닦으면 관(觀)하는 힘이 더욱 깊어지고, 갈고 닦으면 수행문이 더욱 밝아지리라.

    항상 불법을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일으키면 도 닦는 마음이 늘 새로워지고, 항상 다행하다는 마음을 가지면 마침내 물러나지 아니하리라.
    이와 같이 꾸준히 공부하면 정혜(定慧)가 저절로 뚜렷이 밝아져서, 자신의 심성을 보아, 훌륭한 '환술과 같이 공한 자비와 지혜'로 모든 중생을 제도하여, 인간과 천상의 큰 복 밭이 될 것이니, 마땅히 힘쓸지어다.

    ▶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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