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공짜가 없습니다.-혜암스님
어느 날 보광불 부처님이 제자 만 명을 데리고 절에 갔다가 법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선방을 지어 주면 그보다 더 큰 공덕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능력 없는 노파였지만 스님 한 분이라도 공부할 수 있는 집을 짓겠다는 발원을 세웠습니다. 그때부터 노파는 손바닥이 다 닿도록 일을 해 집을 지었습니다. 그리곤 부처님에게 가서, 이 보잘 것 없는 토굴에서 공부를 하시게 하였답니다. 삼장 법사가 그 곳에서 공부한 공덕으로 노파는 천상으로 올라가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까지 한량없는 복을 받았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 어느 날 노파가 부처님께 다음날 사시 공양을 책임지겠다고 했습니다. 부처님이 허락을 했는데, 마침 그때 왕에게서 다음날 공양을 받으시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러자 천상의 노파와 약속이 있어 안 되겠다고 하니까 왕이 물었습니다. 천상 사람이 공양을 올릴 수 있냐는 물음이었어요. 그럴 수 있다는 대답을 들은 왕은 잠도 이루지 못하고 다음날을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다음날 시간이 되자 노파는 방광을 하며 풍악을 울리고, 향기를 풍기며 인간 세계로 내려왔습니다. “세존이시여, 공양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제자들에게 알려 주십시오”하고 손수건을 좌우로 흔드니, 천 이백 명의 대중이 들어 갈 집이 지어지고, 좌복이 쭉 펴졌습니다. 다시 수건을 빙빙 돌리니 맛있는 음식이 바릿대를 채웠습니다. 부처님은 이를 맛있게 드셨답니다. 이를 지켜보던 왕이 부처님께 물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가 제일 중한 줄 알았는데, 천상 사람은 무슨 복을 지어 천상락을 얻었으며 손만 흔들어도 음식이 나옵니까?" “인과법을 들어봐라. 저 이는 전생에 인간 세상에 태어나 평생 거지 노릇을 했는데, 보광불 부처님 당시, 법문을 한번 듣고 토굴을 하나 지어준 적이 있다. 그 공덕으로 손가락 하나에 받을 복이 한량없이 있게 된 것이다.” 극락세계가 아니더라도 천상의 복 또한 이렇게 많습니다. 봄이 되니 새싹이 나오다 인간 세상에 ‘웃다나’ 라는 섬이 있는데 거기에서는 쌀알이 한 자 두 치랍니다. 농사를 짓는데도 씨앗을 뿌리고 나락을 베지 않아도 알이 영글었답니다. 복이 얼마나 많은지 신통으로 살았답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신통한 제자들이 먹을 것이 없을 때 그리로 날아가 밥을 먹곤 했답니다. 사주책을 보면, 말로 복을 지어 입으로 복을 받을 사람이 있고 , 손으로 남에게 집어 주고 가려운데 긁어 주고 병을 낫게 해 주어 복을 지은 사람이 있습니다. 눈으로, 귀로, 발로 복을 지은 사람이 있습니다. 발로 복을 지은 사람은 가는 곳마다 좋은 사람 만나고, 절에 가도 좋은 법문을 듣습니다. 모든 것이 자기 복 짓는 데로 갑니다. 그러니 공짜 좋아하지 마세요.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꾀로만 살려고 해요. 스님이 되어서도 그러니 안타깝습니다. 마음 하나 잘 써서 손으로, 귀로, 발로 복을 지으면 저금통 통장에 저금하듯 복을 쌓는데, 자기 저금통장을 누가 가져갑니까. 자신이 찾아 먹는 겁니다. 이런 법문을 듣고 배운 사람은 멋지게 살 수 있지 않습니까. 이런 법을 듣지 않아 인과법을 모르면 남에게 욕심을 내고, 괜히 기분이 나쁩니다. 그러나 이러한 법을 알면 공것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언짢은 일, 나쁜 일이 생기지 않습니다. 제 복으로 제가 살고, 내 복으로 내가 사는 것이니 남을 부러워할 것 없습니다. 얼굴 잘생기고 부자인 사람들 부러워할 것 없습니다. 복 많이 짓고 안으로 공부하면 나도 잘살 수 있는데 무슨 걱정입니까. 더럽고 어려운 일일수록 공덕이 많습니다. 화장실에 부처님 한 분이 계신데, 그 분은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일을 해야겠다고 원을 세운 분입니다. 중국이나 일본에 가면 화장실 가는 곳에 그 분을 모셔 놓았습니다. 오며 가며 그 분의 뜻을 배우라는 거지요. 일본과 중국에선 중노릇을 하려면 어떤 사람이라도 화장실 청소하는 것부터 가르칩니다. 그런데 중 되고 나면 꾀를 내어 놀려고만 해요. 죽을 짓인지도 모르고, 불쌍하고 답답해서 못 보겠어요. 어찌 죽을 짓거리만 하느냐 말입니까. 불법을 만나고 사람 인연 얻기 힘든데, 한번 어려운 길에 들었으면 죽더라도 이 일을 해야겠다. 덤벼들어야지 중 된 보람도 있는 겁니다. 봄이 되니 새싹이 나오지 않습니까. 거짓말하고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정진하기 바랍니다. -해인 1994년 6월호에서 발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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