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뿌리, 여래장
“세존이시여, 생사(生死)라고 하는 것은 여래장에 의지하는 것입니다.
여래장이기 때문에 언제 시작되었는지 알지 못하는 것[本際]입니다.
세존이시여, 여래장이 있기 때문에 생사를 설하는 것은 잘 설하는 것이라 이름합니다.
세존이시여, 생사라고 하는 것은 모든 감각 기관이 사라지고 이어서 일어나지 않았던 감각 기관이 일어나는 것을 생사라고 이름합니다.
세존이시여, 죽음과 태어남의 이 두 법은 여래장입니다.
세간의 언어로 설하기에 죽음이 있고 태어남이 있는 것입니다.
죽음은 감각 기관이 부서지는 것이며, 태어남은 새로 감각 기관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여래장은 태어남이 있으며 죽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래장은 함이 있는 현실을 떠나 있습니다.
여래장은 상주하여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여래장은 의지하는 바가 되며, 지니는 바가 되며, 건립하는 바가 됩니다.
세존이시여,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는 불법에 떠남도 없으며 끊어짐도 없고, 벗어남도 없고 다름도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끊어지고, 벗어나며, 달라지고, 외화(外化)되는 함이 있는 법이 의지하고 건립하는 것은 여래장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여래장이 없다면 괴로움을 싫어하고 즐거이 열반을 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여섯 가지 의식[六識]과 의식 작용 그 자체로서의 마음[心法] -이 일곱 가지- 은 찰나적인 존재여서 머무르지 않으며, 갖가지 괴로움을 심지 못하며, 괴로움을 싫어하고, 즐거이 열반을 구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여래장은 아(娥)도 아니며, 중생도 아니며, 생명도 아니며, 다른 사람도 아닙니다. 여래장은 몸이 있다고 보는 견해에 떨어진 중생, 전도된 중생, 공으로 말미암아 혼돈에 빠진 중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래장과 번뇌
“세존이시여, 여래장은 곧 법계장(法界藏), 법신장(法身藏), 출세간상상장(出世間上上藏), 자성청정장(自性淸淨章)입니다. 이 성품은 청정한 여래장인데 객진 번뇌(客塵煩惱)와 부수적 번뇌의 오염되는 바로서,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는 여래의 경계입니다.
왜냐하면 찰나의 착한 마음은 번뇌에 물들지 않고 찰나의 착하지 않은 마음 역시 번뇌에 물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번뇌도 마음에 접촉하지 않고 마음도 번뇌에 접촉하지 않으니, 사물[法]에 접촉하지 않는데 어떻게 마음을 물들일 수 있겠습니까?
세존이시여, 그러나 번뇌가 있으며 번뇌에 물드는 마음도 있습니다. 본래부터 청정한 마음[自性淸淸心]이면서 물드는 것이 있음은 가히 잘 알기 어렵습니다. 오직 부처님 세존만이 진실한 눈, 진실한 지혜로써 법의 근본이 되고, 법을 통달함이 되고, 정법의 의지처가 되어서 올바르게 아는 것입니다.“
승만 부인이 이와 같은 이해하기 어려운 가르침을 설하면서 부처님께 물었을 때, 부처님은 곧 수희(隨喜)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자성이 청정한 마음이면서 물듬이 있다는 것은 가히 완전히 알기에는 어려운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알기 어렵다. 자성이 청정한 마음이라는 것을 완전히 알기 어렵고, 그렇게 청정한 마음이 번뇌에 물든다고 하는 것도 완전히 알기 어렵다.
이러한 두 가지는 그대와 위대한 가르침을 성취한 보살마하살이 이에 능히 듣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지, 다른 성문들은 오직 부처님 말씀을 믿기만 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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