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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불법을만나고/卍-법문의도량

중택이 이야기

by 회심사 2017. 7. 29.

    옛날 어느 스님에게 한 상좌가 있었습니다. 그는 아주 미련한 스님 이였습니다. 스님이 아무리 가르쳐 주어도 공부에 전혀 진보가 없자 하루는 스님이 상좌에게 화가 나서 '몸을 바꿔오라'고 했습니다. 몸을 바꾸는 방법은 단 한가지 밖에 없겠지요. 일단 죽었다가 총명한 머리로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 생각하고, 물에 빠져 죽을 결심을 하였습니다. 깊은 호숫가에 서서 물에 빠지려고 하는데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있듯이 이 스님도 절에서 생활을 했기에 머리에 남은 것이 있었습니다. '나무아미타불'을 지극정성으로 10번만 부르면 극락에 간다는 말은 용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스님은 이왕에 죽을 것이면 극락에 가서 태어나자 생각하고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이렇게 한참 부르다가 물속으로 뛰어 들려고 하는데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차마 뛰어들지를 못하고, 아미타불만을 되풀이해서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때에 한 사냥꾼이 그 곁을 지나가다가 그 광경을 보고, 스님께 물었습니다. "스님은 무얼 중얼거리고 있습니까?" 미련한 그 스님은 자기의 처지를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예, 나는 워낙 머리가 나빠서 이 몸으로는 성불할 수 없으므로 죽어서 다시 태어나려고 하는데, 아미타불을 일념으로 부르면 죽어서 곧바로 극락세계에 태어난다기에 염불중이오." 이 말을 들은 사냥꾼은 혼자 생각하기를, '자기는 수없이 많은 살생을 했기 때문에 죽으면 지옥행이 분명한데 아미타불만 부르면 극락행이라니' 사냥꾼은 귀가 솔깃했습니다. 사냥꾼은 스님에게, "스님, 정말 아미타불만 부르면 극락에 가는 게 확실합니까?" "그렇습니다." 그러자 사냥꾼은 자기는 아미타불을 한 번씩 부르고 있을 시간이 없다면서 '천타불, 만타불'하더니 물 속으로 풍덩 뛰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웬일입니까? 호수에는 오색의 서기가 뻗어 오르더니 연화대가 솟아올라 사냥꾼을 태워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스님은 그제야 확신이 섰던지 결심을 하고는 눈을 꼭 감고 물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솟아오르라는 연화대는 떠오르지 않고, 웬 물고기가 떠올랐고, 물고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물고기의 이름을 중택이라고 하는데, 머리가 번질번질 한 것은 삭발한 스님 네의 머리를 닮아서 그렇고, 몸에 붉은 줄이 있는 것은 스님들의 가사 색이 붉기 때문이랍니다. 살생을 업으로 삼는 사냥꾼은 스님의 말 한마디를 확실히 믿은 공덕으로 극락세계에 태어났고, 절에서 비록 오래 생활을 하였지만 확실한 믿음이 없었기에 그 스님은 물고기 밖에 안 되었든 것입니다. 얼마큼 확실히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차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