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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불법을만나고/卍-법문의도량

신회스님 이야기

by 회심사 2017. 7. 29.

    육조 혜능 스님 아래에 신회(神會)라고 하는 제자가 있었습니다. 신회 스님이 처음 육조 스님을 찾아간 것은 그의 나이 겨우 열세 살 때였습니다. 다른 절에 있다가 육조스님이 계신 곳으로 찾아간 것입니다. 육조스님이 이 어린 신회에게 물었습니다. "네가 천릿길을 오면서 가지고 온 가장 근본적인 것이 있을 것이다. 만일 그것을 갖고 왔다면 너는 응당 그 주체가 무엇인가를 알아야 할 것이다. 어디 말해 보렴."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곧 머물지 않는 것(無住)이고, 그 주체는 알음알이(有見:있다 없다 안다 모른다 하는 생각들)입니다." 육조 스님은 이 어린 신회 스님의 대답을 듣고 속으로 감탄했습니다. "어린 중이 말솜씨가 예리하구나." 그러자 신회스님이 당돌하게 질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스님, 참선할 때는 알음알이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이 질문을 받자 육조 스님은 갑자기 채찍을 들어 신회를 세 번 때리고는, "맞으니, 아픈가? 아프지 않은가?" "아프기도 하고 아프지 않기도 합니다." "나도 역시 알음알이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신회 스님이 다시 묻기를, "어째서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까?" "내가 있다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항상 보기 위함이요, 없다는 것은 남의 옳고 그름, 착하고 악한 것을 보지 않기 위함이다. 그러나 네가 아프기도 하고 아프지 않기도 하다는 말은 다르다. 아프지 않다고 하면 너는 목석처럼 지각이 없고 아프다고 하면 속인처럼 원망하고 분개하는 마음을 가진 것과 같다. 너에게 알려 주겠다. 본다거나 보지 않는다는 것은 양쪽이 어느 한 쪽에 집착한 것이고, 아프다거나 아프지 않다는 것은 나고 죽는 현상의 문제인 것이다. 너는 자성(自性)도 분명히 알지 못하고 남을 희롱하려 드는구나." 이 말을 들은 신회는 크게 부끄러워 곧 육조 스님께 큰 절을 올리고 사과드린 뒤에 스님의 충실한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 후 하루는 법회가 열렸는데, 그 자리에서 육조스님이 대중을 향해, "나에게 한 물건이 있는데 머리도 꼬리도 없고 이름도 자도 없으며 앞도 뒤도 없다. 그대들은 이것이 무엇인지 알겠는가?" (吾有一物 無名無字 無頭無尾 諸人 還識不) 그러자 신회가 일어나서 말했습니다. "그것은 모든 부처의 근본이며, 신회의 불성입니다." 이 말을 들으신 육조 스님은, "내가 너에게 분명히 말하지 않았느냐? 그것은 이름도 없고 자도 없다고, 그런데 너는 그것을 근본이니 불성이니 하는구나. 너는 장래에 성공하더라도 기껏해야 문자(文字)나 농락하는 도의 전파자 정도가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육조 스님의 예언대로 신회스님은 뒷날 많은 저서를 통해서 도를 전파하는 업적을 남겼지만 철저하게 자성을 깨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