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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불법을만나고/卍-법문의도량

손가락 하나만을 불쑥 내미는 스님

by 회심사 2017. 7. 29.

    중국에 구지(俱指)라는 스님이 계셨는데, 이 스님은 누가 어떤 질문을 하던지 오직 손가락 하나만을 불쑥 내밀었고, 인사를 해도 손가락 하나만을 내밀었습니다. 그래서 그 스님의 별명이 일지(一指:한 손가락)화상입니다. 이 스님이 이처럼 손가락 법문을 하게 된 데는 이런 사연이 있습니다. 스님은 금화산 이라는 산중에 작은 암자를 짓고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실제니(實除尼)라는 비구니 스님 한 분이 찾아 왔습니다. 비구니 스님은 암자 안에 들어오더니 머리에 쓴 삿갓도 벗지 않고 손에 쥔 지팡이로 바닥을 쿵쿵 찧으면서 구지 스님이 좌선하고 있는 둘레를 세 번을 빙빙 돌더니, "한마디라도 할 수 있다면 갓을 벗을 테요." 하고 세 번이나 같은 말을 되풀이 했습니다. 그러나 구지 스님이 한마디도 대꾸를 못하자 그대로 나가 버리려고 하였습니다. 구지 스님은, "곧 해도 저물 텐데 쉬고 가시오." 하고 만류했습니다. 그러자 비구니 스님은 또, "한 마디 말을 뱉는다면 머물겠소."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구지 스님은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비구니 스님은 그 길로 어디론가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만 어이가 없어진 구지 스님은 이윽고 울화통이 치밀어서 다시 수행 길을 떠나리라 마음먹고 나그네 길 차비를 한 뒤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러자 한밤중에 꿈속에 산신이 나타나 "네가 여기를 떠날 필요는 없다. 내일 산보살이 찾아와 너를 인도해 주리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그 다음날 천룡 화상이란 유명한 선승이 찾아 왔습니다. 구지 스님은 당장 어제 있었던 사실을 천룡스님에게 이야기 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가르쳐 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랬더니 천룡화상은 잠자코 손가락 하나를 우뚝 세웠습니다. 선기(禪機)가 무르익었던지 구지 스님은 그 손가락을 보는 순간 홀연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후로 구지 스님은 누가 와서 묻건 간에 항상 손가락 하나를 불쑥 내보이고는 했던 것입니다. 손가락 하나만을 왜 불쑥 내밀었을까요? 참선을 하시던지 염불 선을 하시던지 끝까지 하시면 알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