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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불법을만나고/卍-법문의도량

병간호 하시는 부처님

by 회심사 2017. 7. 29.

    부처님께서 라자가하성 밖 죽림정사에 계실 때였습니다. 그 무렵 박칼리라는 스님이 어느 신도의 집에서 앓고 있었는데, 병은 날로 위독해 져서 회복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박칼리나스님은 곁에서 간호하고 있는 스님을 불러 이렇게 말했습니다. "스님, 부처님께서 계시는 죽림정사에 가서 부처님께 제 말을 전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 병은 날로 더해 도저히 회복될 수 없을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부처님을 한 번 뵙고 예배를 드렸으면 하는데, 이 몸으로는 도저히 부처님께로 갈 수가 없습니다. 이런 저의 뜻을 부처님께 전해주십시오." 간호하던 스님은 부처님께 박칼리의 소원을 여쭈었고, 부처님은 그 길로 성 안에 있는 박칼리나를 찾아오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자 박칼리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병든 몸을 일으키려 하였습니다. 부처님은 박칼리의 머리맡에 앉아 뼈만 앙상하게 남은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나지 못하게 한 다음 말씀을 하셨습니다. "박칼리여, 그대로 누워 있어라. 일어날 것 없다. 병은 좀 어떠냐. 음식은 무엇을 먹느냐?" 박칼리는 가느다란 소리로, "부처님, 고통은 점점 심하고 음식은 통 먹을 수가 없습니다. 병은 더하기만 하여 소생할 가망이 없습니다." "박칼리여, 너는 어떤 후회하는 일이나 원통하게 생각되는 일은 없느냐?" "부처님, 저는 적지 않은 후회와 원통하게 생각되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죽기 전에 부처님을 찾아뵙고 예배를 드리고 싶었는데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것이 후회되고 원통합니다." 이 말을 들은 부처님은 정색을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박칼리여, 이 썩어질 몸뚱이를 보고 예배를 해서 어쩌자는 것이냐, 법을 보는 사람은 나를 보는 사람이요, 나를 보는 사람은 법을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나를 보려거든 법을 보아라." <잡아함 발가리경>에 나오는 부처님의 병간호 모습입니다. 일체의 권위를 부정하고 병든 제자를 따뜻한 자비심으로 병문안 하시고, 지혜의 눈을 뜨도록 설법해 주시는 부처님의 모습은 우리의 육신의 병뿐만 아니라 마음의 병까지 치유해 주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을 대법 왕이요, 대의왕이라고 찬탄하는 것이 아닐까요. 병든 환자의 고통은 그것을 당하는 사람만이 아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고통에 다가서려는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입니다. 남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감싸 안아 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생각하고 그 고통을 치유해 주고자 하는 원력, 이것이 대자대비(大慈大悲)의 정신일 것입니다.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천수관음 앞에 비 옵니다. 천 개의 손, 천 개의 눈을 가지였사오니 하나를 내어 하나를 덜어 둘 없는 나의 딸에게 하나를 주시옵소서. 아! 나에게 주시옵소서. 나에게 주시면 자비가 클 것이외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향가인 '도천수관음가'입니다. 대자대비하신 관세음보살님 전에 자기의 다섯 살 난 희명의 눈먼 눈을 뜨게 해 달라는 기도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