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원효의 왕생인설
발보리심을 정인이라 하고, 십념 등을 조인이라 하였다. 발보리심을 정인이라 한 것은 담란 이래의 설을 이어받은 것이지만, 원효는 {무량수경}의 삼배가운데서 설한 발보리심을 열거하여 왕생의 정인이라 하였고, 또 {아미타경}의 不可以少善根의 설은 대보리심을 발하지 않는 사람이 수행하는 선을 소선근이라고 이름하였다. 따라서 이것은 발보리심이 정통의 정인인 것을 나타낸 것이다. 또한 {왕생론}에서 말한 "대승의 선근 세계 등은 평등하고 싫어할 이름이 없다"는 말도, 아미타불의 정토는 대승발심의 선근에 의해 비로소 왕생할 수 있는 뜻을 나타낸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이러한 사유로써 보리심이 정인이 된다는 설을 주장한 것이다. 대개 발보리심이란 세간의 부귀와 즐거움 및 성문과 연각 등의 열반을 구하지 않고, 오직 한결같이 삼신보리를 얻으려고 원을 세우는 것으로 이른바 사홍서원을 발하는 것을 말한다. 무릇 이 사홍서원을 일으키는 것을 수사발심과 순리발심등으로 나누었다. 수사발심이란 속제의사상에 근본 하여 발심하는 것이다. 즉 첫째, 번뇌의 무수함을 인정하였다 그것을 끊으려고 원하고, 둘째, 선법의 무량함을 인정하여 다 그것을 수행하려고 원하며, 셋째, 중생의 무변함을 인정하여 다 그들을 제도하려고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제 1은 여래단덕의 정인, 제2는 여래지덕의 정인, 제3은 여래은덕의 정인이고, 이 지단은 등 세 가지 덕을 합한 것이 곧 무상보리의 과이기 때문에, 이 세 가지 발심 모두 무상보리의 인이라 한 것이다. 단 이 발심은 바로 불과보리의 인이지만, 지금 이것을 왕생의 정인으로 한 것은, 정토왕생은 이른바 화보, 즉 무상보리의 과실을 맺기 전에 먼저 있어야 할 꽃이기 때문이다. 이미 무상보리의 과실이 보리심을 정인으로 한다면, 정통의 화보도 역시 보리심을 정인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음 순리발심이란 수사발심과 같이 속제의사상에 따라 발심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법은 환과 같고 꿈과 같아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니며, 말과 생각이 끊어지는 것을 신해하여 이 이치에 따라서 발심하는 것을 말한다. 즉 실지의 번뇌 및 선법의 구별을 보지 않지만, 그러나 끊어야 할 번뇌가 없고, 수행해야 할 선법이 없다고 하지 않고, 모두 그것을 끊고 수행할 것을 원하는 것도 무원삼매에는 어긋나게 하지 않는다. 또 무량한 유정들을 제도하려고 원하지만, 능도와 소도등 분별을 인정하지 않고, 능히 공삼매와 무상삼매에 수순 하는 것을 순리발심이라고 이름 한다. 이 가운데 원효는, 수사발심에는 퇴전하는 뜻이 있지만, 순리발심에는 퇴전하는 것이 없고, 그 공덕이 요원하게 수승하다고 논하고 있다. 다음 조인이란 {무량수경}의 삼배 가운데서의 모든 수행·{관경}의 십육관·{왕생론}의 오념문 등을 가리킨다. 즉 보리심을 왕새의 인업으로 한 것에 대해, 이러한 모든 행을 조인이라 하여 이것을 왕생의 만업이라고 한 것이다. 조인 가운데 원효는 특히 하배의 십념에 대해서 상세한 해설을 시도하였다. 즉 십념에는 현료와 은밀 등 두 가지 십념이 있다고 하여, {무량수경}의 하배십념은 이 두 가지 뜻을 포함하고 있고, {관경}의 하품하생십념은 오직 현료십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은밀십념이란 {미륵발문경}에서 설한십념설을 가리킨다. 즉 그 경에서는, 미륵보살이 의문을 일으켜, 부처님께서는 일찍이 십념상속하여 아미타부처님을 여한 사람은 곧 왕생할 수 있다고 설하셨다. 그 십념이란 어떠한 염을 말하는가라고 한 질문에 대해, 부처님은 먼저 그 염은 범부의 염이 아니고, 불선의 염이 아니며, 잡결사의 염이 아니라고 답한 다음 십념을 열거하였다. 첫째, 일체의 중생에 대해 항상 자심을 일으켜 그 행을 방해하지 않고, 둘째, 일체의 중생에 대해 깊이 비심을 일으켜 남을 해하려는 마음을 제거하며, 셋째, 호법심을 발해서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고 일체의 법을 비방할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나, 넷째, 인욕 중에 결정심을 일으키고, 다섯째, 심심이 청정하여 이양에 물들지 않으며, 여섯째, 일체종지의 마음을 발해 날마다 항상 염하여 끊이지 않고, 일곱째, 일체의 중생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을 일으켜 아만의 뜻을 제거하여 겸손하게 말하며, 여덟째, 세상의 담화에 대해 집착심을 일으키지 않고, 아홉째, 깨달으려는 뜻에 가깝게 하고, 깊이 여러 가지 선근의 인연을 일으켜서 산란한 마음을 멀리 여의며, 열 번째, 정념으로 부처님을 관하고 모든 육근의 작용을 제거해야 한다고 설하고 있는 것이 은밀십념 이다. 현료십념이란 {관경}하품하생의 십념상속을 가리킨다. 즉 저 글에서 "만약 중생이 오역죄와 십악죄를 지어 모든 불선(不善)을 구족했어도 임종 때 선지식의 가르침을 받아 지성으로 소리가 끊어지지 않고, 십념을 구족하여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면 죄가 멸하여 왕생할 수 있다"고 설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원효는 이 {관경}의 십념상속에 대해 담란의 }약론안락정토의}에서 말한 도하착탈의 비유를 인용하여, 부처님 명호를 염하거나 부처님의 상호를 염할 때 잡념을 섞지 않고, 또 이 염하는 것을 수지 않고 끊임없이 상속하여 십념에 이르는 것, 즉 이와 같이 지심이 되는 것을 이름하여 십념이라 하여 이것을 전념상 속의 뜻으로 해석하였다. 그래서 그는 십념에 은밀과 현료 등 두 가지가 있다고 하였으며, 그 가운데 {미륵갈문경}의 은밀십념은 저 경에서 범부의 염이 아니고 잡결사의 염이 아니라고 설하고 있기 때문에, 즉 이것은 지상의 성인이 일으키는 염이라 하였고, 따라서 이 국토를 순잡상대문 가운데에서 말한 순정통의 하배의 인이 된다고 하였다. 또 {관경}의 현료십념은악을 짓는 범부가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에 이 국토는 정정비정정상대문 가운데에서 정정취 정토의 하배의 인이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관경}의 십념은 오직 현료십념에 한정되고, {무량수경}의 십념은 현료십념과 은밀십념 등 두 가지에 통한다고 하였다. 단 {유심안락도}에서, 어떤 사람이 {미륵발문경}과 같은 책인데 달리 번역한 {대보적경}[발승지락회]의 글에 근본을 두어, 저 십념을 단순히 지상보살이 수행할 바라고 하지 않고, 십신과 삼현이 수행할바 염 이라하여 이것을 정정추 정토의 인이라고 하는 설을 열거하면서 어떠한 비판도 하고 있지 않은 것을 보면, 그도 역시 한편으로는 이 뜻을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원효가 이와 같이 {미륵발문경}의 십념의 문제를 제기하여 이를 순정통의 인이라 하고, 또한 {무량수경}의 십념에는 이 은밀의 뜻이 포함되었다고 주장한 것은, 섭론사 모두 십념왕생을 별시의라고 한 것에 대하여 십념에는 현료와 은밀 등 두 가지가 있는 것을 보인 것이고, 현료십념은 범부가 일으키는 염이기 때문에 실보토에 대해서 별시읙 된다고 하지만, 은밀십념은 성인이 일으키는 것으로 곧 실보통의 인이기 때문에 이것을 별시의에 넣을 수 없는 것을 밝힌 것이라고 생각된다. 당시 모든 논사들 사이에서 이 십념설의 문제가 빈번하게 논의되어진 것으로 별시의설과 관련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론 원효는 믿음에 대하여 두 가지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길은 仰信으로서 설명될 수 있다. 첫째는 원효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각고의 사상적 편력을 통한 信心과 信解의 과정을 넘는 신앙이며, 둘째는 범부중생이 부처의 本願力에 자기 자신을 맡기고 의지하는 구제를 향한 신앙이다. 원효는 그 과정을 달리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것이 어떠한 과정을 거친 仰信이든 그 결과는 평등하게 왕생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즉 원효의 仰信觀은 출가자와 재가신자의 믿음을 구별하여 설명하는 것이 아니고, 앙신하는 마음의 자세를 강조함으로써 구제의 평등성에 본질적 가치를 두고 있다는 데 그 특징이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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