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수공양-성철스님
부처님을 팔아 자꾸 죄만 짓는가. 云何賊人 假我衣服 裨販如來 造種種業 누구든지 머리를 깎고 부처님 의복인 가사장삼을 빌려 입고 승려 탈을 쓰고, 부처님을 팔아서 먹고 사는 사람을 부처님께서는 모두 도적놈이라 하셨습니다. 다시 말하면, 승려가 되어 가사 장삼 입고 도를 닦아 도를 깨우쳐 중생을 제도하지는 않고, 부처님을 팔아 자기의 생활도구로 먹고 사는 사람은 부처님 제자도 아니요, 승려도 아니요, 전체가 다 도적놈이라고 {능엄경}에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승려가 되어 절에서 살면서 부처님 말씀 그대로를 실행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가까이는 가봐야 하고 근처에는 가봐야 할 것입니다. 설사 그렇게는 못 한다 하더라도 부처님 말씀의 정반대 방향으로는 안 가야 할 것입니다. 나는 자주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사람 몸 얻기 어렵고 불법 만나기 어렵다. 人身難得 佛法難逢 다행히 사람 몸 받고 승려가 되었으니, 여기서 불법을 성취하여 중생제도는 못 할지언정 도적놈이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만약 부처님을 팔아서 먹고 사는 그 사람을 도적이라 한다면, 그런 사람이 사는 처소는 무엇이라고 해야 하겠습니까? 그곳은 절이 아니고 도적의 소굴, 적굴(賊窟)입니다. 그러면 부처님은 무엇이 됩니까? 도적놈의 앞잡이가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이 도적에게 팔려 있으니 도적의 앞잡이가 되는 것이지요. 딴 나라는 다 그만두고라도, 우리나라에 절도 많고 승려도 많지만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도적의 딱지를 면할 수 있는 승려는 얼마나 되며, 또 도적의 소굴을 면할 수 있는 절은 몇이나 되며, 도적의 앞잡이를 면할 수 있는 부처님은 몇 분이나 되는지 참으로 곤란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승려노릇 잘 못하고 공부를 잘 못해서 생함지옥(生陷地獄)을 할지언정, 천추만고의 우주개벽 이래 가장 거룩하신 부처님을 도적 앞잡이로 만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우리 자신의 도적놈 되는 것은 나의 업이라 어쩌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지옥으로 간다 할지라도 달게 받겠지만 부처님까지 도적놈 앞잡이로 만들어서 어떻게 살겠느냐 이 말입니다. 어떻게든 우리가 노력해서 이 거룩하신 부처님을 도적의 앞잡이가 안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부처님 파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소위 불공(佛供)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순전히 부처님 파는 것입니다. "우리 부처님 영험하여 명(命)도 주고 복(福)도 주고 하니, 우리 부처님께 와서 불공하여 명(命)도 받고 복(福)도 받아 가라" 하면서 승려는 목탁을 칩니다. 목탁이란 본시 법을 전하는 것이 근본 생명입니다. 유교에서도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세상의 목탁이 되어라"고 하였습니다. 세상에 바른 법을 전하여 세상 사람이 모두 살게 하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실정에서 목탁이 돈벌이에 이용 안 되는 절은 별로 없습니다. 부처님 앞에서 목탁 치면서 명 빌고 복 빌고 하는 것, 그것은 장사입니다. 부처님을 파는 것입니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허물없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허물을 반성하여 고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허물 있는 줄 알면서도 반성하여 못 고치면 더 큰 허물을 빚는다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야 참다운 불공이 되는 것인가? 내가 전부터 자꾸 불공 이야기를 해 오지만 우리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불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교에서는 성경 한 권이며 지침이 되지만 불교에서는 팔만대장경이라 하여 듣기만 하여도 겁이 납니다. 장경각의 그 많은 경판은 엄청납니다. 저 많은 것을 보아서, 언제 어디서 불교의 근본진리를 찾을 수 있을까? 호호망망(浩浩茫茫)합니다. 그러나 우리 불교에는 전통적으로 정설이 있습니다. 경(經) 중에서 부처님 말씀의 근본이며 가장 소중한 경은 {화엄경}과 {법화경}으로 이는 경(經) 중에서도 왕(王)이요, 불교의 표준입니다. 그 중에서도 {화엄경}이 {법화경}보다 진리면에서 더 깊고 넓다 합니다. {화엄경}도 이것이 80권이나 되는데 어떻게 다 보겠습니까. 더구나 모두가 어려운 한문인데. 다행히도 {화엄경}을 요약한 경(經)이 또 한 권 있습니다. {보현보살행원품}인데 {약(略)화엄경}이라고도 합니다. {보현보살행원품}에 불교의 근본진리가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불교인이 어떻게 행동해야 될 것인가가 모두 규정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불공하는 데 관한 말씀이 있습니다. 보현보살 십대원(十大願)의 광수공양(廣修供養)편입니다. 물론 다 알겠지만 거기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사람이든지 신심을 내어 온 천하의 좋은 물건을 허공계에 가득 차도록 다 모으고, 또 여러 촛등을 켜되 그 촛불 심지는 수미산 같고 기름은 큰 바닷물같이 하여 두고서 수많은 미진수 불(佛)에게 한없이 절을 한다면 이보다 더 큰 불공이 어디 있겠습니까? “ 불공 중에는 가장 큰 불공으로 그 공덕도 또한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법공양(法供養)이란 것이 있습니다. 일곱 가지의 법공양 중에서도 중생을 이롭게 하라는 것이 그 골수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무리 많은 물자를 당신 앞에 갖다 놓고 예불하고 공을 드리고 하는 것보다도 잠시라도 중생을 도와주고 중생에게 이익 되게 하는 것이 몇 천만 배 비유할 수 없이 더 낫다고 단정하셨습니다. 비유하자면, 장사를 할 때 밑천을 많이 들여서 이익이 적은 것을 할 것인가, 아니면 밑천을 적게 들여 이익 많은 장사를 할 것이냐 하면 누구든지 이익이 많은 장사를 하려 할 것입니다. 많은 물자를 올려놓고 불공을 하려면 그 비용이 많이 들지만 이익중생공양(利益衆生供養), 즉 중생을 잠깐 동안이나마 도와주는 것은 큰 힘 안 들므로 밑천이 적게 든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결국의 이익은 어떻게 되느냐 하면, 비용 많이 들여서 하는 불공은 중생을 잠깐 도와주는 그 불공에 비교할 것 같으면 천 분의 일, 만 분의 일, 억만 분의 일로도 비유할 수 없을 만큼 보잘것없는 것입니다. 부처님 말씀이 "누구든지 나에게 돈 갖다 놓고 명과 복을 빌려 하지 말고 너희가 참으로 나를 믿고 따른다면 내 가르침을 실천하라" 하셨습니다. 중생을 도와주라는 말입니다. 이 말씀은 행원품의 다른 곳에서도 많이 말씀하셨습니다. 또 "길가에 병들어 거의 죽어가는 강아지가 배가 고파 울어댈 때 식은 밥 한 덩이를 그 강아지에게 주는 것이 부처님께 만반진수를 차려 놓고 무수, 수천만 번 절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공이 크다"고도 하셨습니다. 이것이 부처님이십니다. 우리 인간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오직 중생을 도와주는 것이 참으로 불공이요, 이를 행해야만 참으로 내 제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인과법칙이란 불교뿐만 아니라 우주의 근본원리입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듯이 선인선과, 악인악과(善因善果, 惡因惡果)입니다. 선한 일을 하면 좋은 결과가 오고, 악한 일을 하면 나쁜 과보가 오는 것입니다. 병이 났다든지, 생활이 가난하여 어렵다든지 하는 것이 악한 과보입니다. 그러면 무엇인가 악의 원인이 있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그것이 기억에는 없지만 세세생생을 내려오며 지은 온갖 악한 일들이 그 과보의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선인선과라, 이번에는 착한 일을 자꾸 행합니다. 그러면 좋은 결과가 오는 것입니다. 남을 자꾸 돕고 남을 위해 자꾸 기도하면, 결국에는 그 선과가 자기에게로 모두 돌아옵니다. 그러므로 남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결국 나를 위한 기도가 되며, 남을 해치면 결국 나를 해치는 일인 것입니다. 그래서 남을 도우면 아무리 안 받으려 해도 또다시 내게로 오는 것입니다. 남을 위해 기도하고 생활하면 남을 내가 도우니 그 사람이 행복하게 되고, 또 인과법칙에 의해 그 행복이 내게로 전부 다 오는 것입니다. 생물 생태학에서도 그렇다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남을 해치면 자기가 먼저 손해를 보게 되고, 농사를 짓는 이치도 그와 같다 하겠습니다. 곡식을 돌보지 않으면 자기부터 배고플 것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배고파 굶어죽을까 걱정하지 말고 부처님 말씀같이 불공을 잘하도록 애써야 할 것입니다. 한 가지 비유를 말하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불공할 줄 모르고 죄를 많이 지어서 지옥에 떨어졌습니다. 지옥 문 앞에 서서 보니 지옥 속에서 고(苦)받는 중생들 모습이 하도 고통스럽게 보여서 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대개 그 모습을 보면 '아이고, 무서워라. 나도 저 속에 들어가면 저렇게 될 텐데 어떻게 하면 벗어날까……' 이런 생각이 들 텐데 이 사람은 생각이 좀 달랐습니다. '저렇게 고생하는 많은 사람의 고를 잠깐 동안이라도 나 혼자 대신 받고 저 사람들을 쉬게 해줄 수 없을까?, 편하게 해줄 수 없을까?' 하는 착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생각을 하고 보니 지옥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 순간 천상에 와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입니다. 착한 생각을 내면 자기부터 먼저 천상에 가는 것입니다. 요즘은 사회에서도 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데, 우리 스님들은 산중에 살면서 이런 활동에는 많이 뒤떨어지고 있습니다. 오직 부탁하고 싶은 것은 부처님 말씀에 따르는 불공을 하자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조석으로 부처님께 예불하면서 꼭 한 가지 축원을 합니다. 그것은 간단합니다. 축원문 "일체 중생이 다 행복하게 해주십시오. 일체 중생이 다 행복하게 해주십시오. 일체 중생이 다 행복하게 해주십시오." 세 번 하는 것입니다. 매일 해보면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좋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절을 한 번 하던 두 번하든 일체 중생을 위해 절하고, 일체 중생을 위해 기도하고, 일체 중생을 위해 돕는 사람, 일체 중생을 위해 사는 사람이 되어야만 앞머리에서 말한 부처님을 팔아서 사는 '도적놈' 속에 안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서로서로 힘써 불공을 잘해서 도적놈 속에 안 들도록 노력합시다. -성철 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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