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卍-불법을만나고/卍-법구마음행

상추 잎의 가르침

by 회심사 2017. 7. 30.

    풀벌레 울음소리가 시원한 깊은 숲속에 젊은 스님 둘이서 산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이 두 스님은 학덕 높은 고승이 기거한다는 절을 찾아 먼 곳에서부터 쉬지 않고 걸어온 수도승 이었습니다. 오랜 세월 그 스님의 가르침을 학수고대해 왔기에 가파른 산길에도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습니다. 이윽고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이 나타났습니다. "잠시 쉬었다 가지." 한 스님이 개울가 바위에 걸터앉아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혔습니다. 동행하던 스님도 개울가에 엎드려 차가운 물로 목을 축였습니다. 그때, 졸졸 흐르는 시냇물 위쪽에서 상추 잎 하나가 유유히 떠내러 오고 있었습니다. 물을 마시던 스님은 굳은 얼굴로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느닷없이 말을 했습니다. "이보게. 그만 돌아가세. 더 올라갈 것도 없겠어." "아니. 갑자기 왜 그러나? 어떻게 여기까지 와 스님을 안 뵙고 갈 셈인가?" "저 상추 잎 좀 보게. 물건 아까운 줄 모르는 선사에게 배울 게 뭐가 있겠나?" 두 수도승은 돌아서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보게. 젊은이들!" 뒤에서 누군가 구르듯 뛰어 내려오며 그들을 불렀습니다. 뒤돌아보자 나이 드신 스님 한 분이 진땀을 흘리며 헐레벌떡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말 좀 묻겠네. 여기 상추 잎 하나 떠내려가는 것 못 봤나?" 얼떨결에 수도승들은 떠내려가는 상추 잎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나이 드신 스님은 금세 환해진 얼굴로 개울 속에 첨벙첨벙 뛰어 들어 상추 잎을 건져왔습니다. 수도승들은 그 길로 나이 드신 스님을 따라 절로 올라가 큰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요즘은 모든 것이 풍족한 세상입니다. 그것은 비단 속가의 삶만 그렇지 않고, 우리네 출가승들의 삶에서도 풍족함이 넘칩니다. 간혹 밖에서 공양을 할라치면 다 먹지 못할 만큼의 반찬들이 수북이 올라옵니다. 한 번 손에 간 것을 다른 분들에게는 올리지 않을 것이니 남는 그 반찬들은 다 수채 구렁으로 들어가겠지요. 옛날에는 밥알 한 알이라도 수채 구렁에 들어가면 아귀들에게 고통을 준다하여 그것마저 주워 먹었다고 합니다. 지금 이 세상에서 그렇게 까지 할 수는 없겠지요. 아니, 그렇게 하라고 해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수채 구렁에 들어가는 양은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부터 조금씩 조금씩 줄여가는 생활을 해야 할 것입니다. 飢寒(기한)에 發道心(발도심)입니다. 나무 구고구난 관세음보살 오늘도 좋은날 만드소서. 성불합시다.

'卍-불법을만나고 > 卍-법구마음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앙이 으뜸가는 재산이다  (0) 2017.07.30
알면서 행하지 않으면  (0) 2017.07.30
나는 어떤 수행자일까  (0) 2017.07.30
용기와 결단만이  (0) 2017.07.30
뗏목을 버리고  (0) 2017.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