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관 사상
위에서 함께 살펴본 《반야심경》과 《금강경》등의 사상을 중관이라는 사고방식으로 크게 발전시킨 인물이 바로 용수(龍樹)이다. 용수는 기원 후 150∼250년경에 활약하신 분으로 불교에서 8종(宗)의 조사(祖師)라는 의미에서 부처님께 버금갈 정도로 존경받는 분이다. 반야의 논리를 체계적으로 완성하신 인물이다. 남인도 인으로 불교 및 타종교에도 정통했던 그는 그의 저서 《중론(中論)》을 통해 다수의 실체적 원리를 설명하는 모든 사상을 비판하였다. 그는 8부중도(八不中道)를 통해 공(空)의 의미를 밝혔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생김도 멸함도 아니다(不生不滅), 없어짐도 아니며 늘 있음도 아니다(不斷不常), 하나도 아니고 그렇다고 각각 다른 개체도 아니다(不一不異), 간 것도 아니고 온 것도 아니다(不去不來)." 이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인연으로 화합되어 만들어진 것이며, 그 하나 하나에 불변하는 자성(自性)이 있지 않음을 밝힌 것이다. 즉, 자성이 없음은 공(sunya)이란 말이다. 유와 무의 두 극단을 떠난 모든 사물의 모습을 깨달아야 한다. 그 경지는 중도 혹은 진공묘유(眞空妙有)라고도 한다. 용수의 중관철학의 기초 원리는 진(眞)·속(俗)의 논리인데, 진리의 세계와 세속의 세계가 엇물려 있다고 파악한다. 진리의 세계란 사물의 실상이 공함을 말한다. 세속의 세계란 현상계의 모든 인간과 관계 속에서 무상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야 하는 세계를 가리킨다. 이는 다른 말로 삼제(三諦)의 원리라고 하여 공(空)·가(假)·중(中)이라고 한다. 진제의 세계에서는 모든 사물이 공이며 속제의 입장에서는 가(假)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름다운 꽃을 볼 때 진제의 입장에서는 공으로 파악해야 하며, 속제의 입장에서는 아름다운 꽃도 헛된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에 집착해서도 안 되고 아름다움을 벗어나 멀리해도 안 되는 것이 중도의 입장인 것이다. 중도라는 것은 진과 속의 초월이며 진·속을 원만하게 만드는 이론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 용수의 《중론》에 다음과 같은 유명한 게송이 있다. 인과 연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법들 (因緣所生法) 나는 이것을 곧 공이라 말하네 (我設卽是空) 내가 공이라 말한 것 또한 헛된 이름일 수 있고 (亦爲是假名) 이것은 또한 중도의 뜻에 부합하는 합당한 뜻이네 (亦是中道義) 이 게송에 따라 삼제의 이론이 세워진 것인데, 용수의 기본사상은 이 세상 모든 사물이 공에 근거해 철저히 중용에 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흔히 중도라는 개념을 '극단의 가운데'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용수가 말하는 중도는 가운데의 길일뿐더러 양극단을 초월한다는 의미이다. 예컨대 우리는 지금 세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진여의 세계를 추구해야 한다. 반면 진여의 세계를 얻었다 하더라도 세속의 아픔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때 비로소 세속 속에 진여가 구현된다. 또 진여 속에 세속이 깃든다. 이것을 진속원융(眞俗圓融)이라고 한다.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또 현실을 초월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 이후에 용수를 따르는 무리를 우리는 중관철학파라고 부르고 있다. 말 그대로 가운데를 관하는 철학, 반야를 앞세우는 철학이기 때문에 이 용수의 철학은 가장 많은 영향력으로 초기의 대승사상을 수놓았던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 본 반야사상은 소승의 아공법유(我空法有)의 주장을 바로잡기 위한 시대적 사명을 가진 사상으로 일체의 법이 공이며, 개별의 법이 고정적인 실체를 지니지 않는다고 관(觀)하는 사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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