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행복-종범스님
자기에게 감추어진 보물을 찾아내는 것과 같은 자각의 행복은 어떤 행복일까? 『송고승전』 제4권에는 신라시대의 원효스님과 의상스님의 구도의 행적을 수록했다. 원효스님과 의상스님은 당시에 불교를 공부하기 위해서 중국으로 유학의 길을 떠났다. 두 스님은 어느 날 도중에 해도 저물었는데 심한 폭우를 만났다. 길가에서 급히 비를 피할 곳을 찾다가 작은 토굴이 있어서 그곳에서 하루 저녁을 머물렀다. 이튿날 아침에 자세히 보니 그곳은 해골이 있는 옛무덤이었다. 하지만 비가 그치지 않아 길을 나서지 못하고 그냥 그곳에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밤이 깊지도 않아서 귀신이 보이는 것 같고 생각이 매우 산란했다. 이 때 원효스님은 크게 깨달았다. “지난 밤에 토굴로 생각하고 잘 적에는 편안하더니, 오늘밤에 옛무덤임을 알고 의탁해 있으니 귀신이 많다. 마음이 생기면 모든 것이 생기고 마음이 없어지면 토굴과 무덤이 다르지 않음을 분명히 알겠다. 마음을 떠나서 있는 것이 없다(心外無法). 어찌 외국에 가서 구할 것이 있겠는가? 나는 중국에 가지 않겠다.” 하고 발길을 돌려서 신라로 돌아왔다. 원효스님과 헤어진 의상스님은 혼자 중국에 가서 구도의 정진을 계속했다. 원효스님의 깨달음을 전하는 구도담은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후대에 여러 책자에서 기록하다보니 부분적으로 내용이 다른 면도 있지만 줄거리는 비슷하다. 이 구도담은 매우 진솔하고 듣는 이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원효스님은 원래 중국에서 새롭게 일어나고 있는 마음을 설명하는 불교학(유식)을 공부하러 가는 길이었다. 그런 원효스님이 학문을 통해서가 아니라 생활현장에서 마음의 진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 때의 깨달음이 얼마나 절실했으면 유학길을 포기하고 중도에서 고국으로 돌아왔겠는가? 원효스님은 이를 계기로 학문과 교화활동을 더욱 왕성하게 펼쳤다. 원효. 의상스님과 같은 시대를 살은 중국 혜능스님의 법어집인 『육조단경』에는 간명하면서 느낌을 깊게 주는 말씀이 있다. 바람에 깃발이 펄럭이는 걸 보고 논쟁이 벌어졌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인가? 깃발이 움직이는 것인가? 하는 논쟁이었다. 이 토론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여기서 혜능스님은 말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라고. 마음이 생기면 세상이 생기고 마음이 사라지면 세상도 사라진다. 세상의 모습은 나의 마음이 만든 것이다. 나의 마음이 바뀌면 세상은 바뀐다. 이점을 혜능스님의 법어에서는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근세의 만해 한용운스님은 여러 방면에서 명성이 높다. 만해스님은 서민들의 일상대화에서 심오한 이치를 느끼고 글로 발표한 일이 있다. 하루는 만해스님께서 시중의 길을 가다가 노점에서 상추를 파는 상추장수와 상추를 사려는 사람이 주고받는 “상추 잎이 왜 이렇게 작습니까?” “아닙니다. 작게 보면 작지만 크게 보면 큽니다.”하는 말을 들었다. 만해스님은 즉석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상추장수는 '작게 보면 작지만 크게 보면 크다'는 법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야말로 선의 형식을 빌리지 않은 선의 언어였다. 자각은 자기의 지혜로운 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세상사물을 있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는 대로 있는 것이다. 나에게 보이는 현실은 내가 보는 현실이다. 같은 장소에 있으면서도 사람마다 다른 현실을 보고 있다. 꿈꾸는 사람들이 각자의 꿈에서 꿈속 일을 접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내가 지혜로워야 세상을 지혜롭게 할 수 있고 내가 자비로워야 세상을 자비롭게 할 수 있다. 나는 변하지 않고 환경만 변화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도 내가 변하지 않으면 불만은 다시 살아난다. 진정한 복지사회를 이루려면 사람들의 마음이 먼저 지혜롭고 자비롭게 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자기변화에서 얻어지는 행복이 자각의 행복이며 자비복지의 행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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